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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쁜엄마' 같아요"...결혼이주여성 '생존언어' 지원 필요해

기사입력 : 2021년07월12일 13:07

최종수정 : 2021년07월12일 13:07

광주 광산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현장 컨설팅 진행
현장체험형 언어 교육 및 핫라인 개설 필요성 제기

[서울·광주=뉴스핌] 김수진 기자 = 지난 4월 3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한 가정집에서 만난 주부 오모(30살) 씨는 7년 전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다. 자녀 둘을 두고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사는 것 같은 오 씨.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이는 것과 다르게 고민이 많았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낯설어서 힘든 점이 많아요. 아이가 뭘 원하는지 알아듣기 힘들거나 아기가 아파 병원에 갔을 때 잘 알아듣지 못할 때 마음이 아파요. 남편과도 말이 통하지 않아 관계가 멀어지는 것 같아 겁이 나요."

지난해(2020년) 말 기준 국내 결혼이주여성은 16만 8594명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이들을 포함한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0만 명. 다문화사회를 맞이한 우리는 과연 이들이 낯선 땅에서 맞닿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해 줄 준비가 돼 있을까?

소프트웨어(SW) 공학 전문기업 씽크포비엘이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결혼이주여성 대상 현장 컨설팅을 실시했다. 15명을 대상으로 1대 1 면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컨설팅 마지막 날인 5월 2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컨설팅을 위해 파견 나온 씽크포비엘 직원들이 회의실 사방 벽 가득 포스트잇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형형색색 포스트잇에는 지난 3일 동안 만난 결혼이주여성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저마다 사연을 읽어가며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나가자 지켜보고 있던 지원센터 직원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원센터 한 직원은 "(결혼이주여성을)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 적이 많았는데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퍼즐 짜 맞추듯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신기하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씽크포비엘에 의뢰해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결혼이주여성 대상 현장 컨설팅을 진행했다. 사진은 컨설팅 결과를 관계자들에게 설명하는 모습. [사진=씽크포비엘] 2021.07.12 nn0416@newspim.com

"결혼이주여성, 생존언어 필요해"

지원센터는 지난 2009년 설립됐다. 10년 넘는 동안 다문화가정은 크게 늘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관내 결혼이주여성은 2019년 3372명이었고 이중 광산구에만 1379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포함한 광주 지역 다문화가정 구성원은 2019년 2만2946명이나 됐다.

2019년 다문화가정 신생아는 449명으로 관내 전체 출생의 5.4%를 차지했다. 전체 출생이 8.1% 감소했지만 다문화가정 출생은 오히려 1.1% 늘었다. 다문화가정 자녀 또한 5448명에 이르렀다.

다문화사회가 커지면서 결혼이주여성이 처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이들이 원하는 것 또한 10년 전과 같을 수 없게 됐다. 지자체 차원에서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진 이유다.

장은미 지원센터장은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어려움은 가족 차원의 문제이며 더 확장하면 사회 공동체 현안"이라며 "혹여 이들에 대한 지원이 10여 년 전에 머물러있고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전환점 모색이 필요해 컨설팅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씽크포비엘은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찾는데 집중했다. '생존 언어의 부재'가 답이었다. 컨설팅을 통해 만난 결혼이주여성 대부분이 '가족과 유대'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자신이 이룬 가정에서 당당한 존재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런 바람을 가로막는 장벽이 바로 '언어'였다. 이들에게 '경제적 곤란' 등의 문제는 소통이 이뤄진 후에 해결 가능한 부차적인 것으로 보였다.

컨설팅을 통해 만난 결혼이주여성은 모두 15명. 필리핀, 베트남, 조선족 중국교포, 캄보디아,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나 보조조리사 등의 직업을 가진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전업주부였다. 모두 자녀를 뒀다. 짧게는 6년에서 길게는 15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이들 모두 말이 통하지 않는 점을 어려움으로 호소했다.

가장 먼저 위급상황에서 소통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점이 큰 문제로 파악됐다. 실제로 결혼이주여성 A 씨는 "아기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의료진과 제대로 소통할 수 없어 겁이 났다. 간호사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한 번은 동네 병원에 갔는데 말이 안 통해서 의사한테 무시를 당한 적도 있다. 약을 받고도 이게 제대로 처방받은 것인지 확인할 길 없어 무서웠다"고 말했다.

위급상황 언어는 실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첫 단추다. 생존에 필수적인데도 결혼이주여성에게는 한국어가 여전히 난해한 외국어다. 한국어 자체도 어려운데 광주에서는 지역 사투리를 소화해야 한다. 여기에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까지 더해지면, 머리는 더욱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나름 이중고다.

결혼이주여성 B 씨가 들려준 이야기다.

"시어머니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 많이 혼나고 무시 받았어요.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의사소통이란 걸 깨달았죠. 소통이 안 되니 자연스럽게 며느리가 알고 있어야 하는 한국 문화나 예절도 모를 수밖에 없게 되더군요. 명절에 일찍 시댁에 가서 청소도 하고 음식 준비도 해야 했는데, 그런 문화를 몰랐어요. 한 번은 시어머니가 '필요 없다', '괜찮다' 하셔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가 문제가 일어난 적이 있어요. 나중에 남편한테 들으니까 한국 어머니들은 솔직하게 이야기를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너무 어려워요."

비단 B 씨뿐만 아니라 다수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시부모 말을 잘못 알아듣는 문제가 잦다고 말했다.

언어 부재는 가족 간에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아기가 크면서 말도 많이 하고 물어보는 것도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대답을 잘 못 해줘서 미안해요"고 말한 결혼이주여성의 말에서 느껴질 수 있듯이 이들에게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하면 엄마 또는 가족 구성원 자격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것.

"처음에는 남편이 말이 안 통해도 잘 알려줬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가 줄었어요. 남편과 갈등이 있을 때 언어가 문제였는지 생각의 차이가 문제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답답했어요. 한국어를 더 잘했으면 나았겠죠?"

결혼이주여성 C 씨는 신혼 2년 만에 빠른 권태기가 왔다고 했다. 이를 극복하는데도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C 씨처럼 가족 간의 대화 부족은 곧 관계 단절의 시작을 의미한다. 언어의 한계는 관계 개선 기회마저 상실케 한다는 게 결혼이주여성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씽크포비엘에 의뢰해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결혼이주여성 대상 현장 컨설팅을 진행했다. [사진=씽크포비엘] 2021.07.12 nn0416@newspim.com

"가족과의 교감부족...생존 이상의 두려움 낳아"

컨설팅을 통해 만난 결혼이주여성들은 의사소통 문제로 가족관계 불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언어 문제 때문에 스스로 가족에게 '나쁜 사람'이 되고 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과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없는 문제는 이들에겐 생존 이상으로 두려움을 낳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래를 밝게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커가는 자식을 바라보며 느끼는 박탈감이 상당해 보였다.

이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알림장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제 말을 튼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 못한다." "아이들이 길 가다가 궁금한 것을 물어볼 때 답을 못하거나, 숙제를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항상 아이에게 무지한 엄마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고 미안하다. 능력 부족으로 아이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이 때문에 사회에서 낙오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는 D 씨의 말이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생존 언어는 현 교육 시스템이 해결해줄 수 없는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이는 컨설팅을 의뢰한 광산구도 마찬가지였다. 광산구에서 지원하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은 현재 실용 언어 위주 프로그램뿐이다.

관점별 정부·지자체·민간 역할 분담 필요

다문화가정에서 한국어와 결혼이주여성의 모국어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반쪽짜리 가정이 된다. 정착 시기별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적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관점별 정부·지자체·민간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게 씽크포비엘이 내린 결론이다.

씽크포비엘이 제안한 솔루션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현장 체험 형태 언어 교육'과 '고민 해결을 즉시에 도울 수 있는 정부 기관 핫라인 개설', '취업 연계와 사후 관리를 통한 이주여성 정착 안정화' 등이다.

나라별 가족 모임이나 결혼이주여성 남편 교류회 등과 같은 '연차별 교류회'를 활성화하고 가족 3대가 모두 함께하는 '캠핑' 행사를 개최하거나 한국 문화 체험과 가족 이해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다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실제 어려움과 고충을 반영한 현실적 지원 방향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이유를 파악하고, 정부 지원책 등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확인한 후 안정적 정착을 돕는 지원 방향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광산구 지원센터 측은 이번 컨설팅을 통해 결혼이주여성을 포함한 다문화 이주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다문화 이주민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선주민(한국에서 태어난 국민)이 갖고 있던 다문화 이주민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초점을 맞춤으로써 다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장은미 센터장은 "기존에 시행했던 컨설팅은 단순히 과거를 점검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는데 이번에 씽크포비엘 컨설팅은 현안을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 세세한 방법까지 제시됐다"며 "더군다나 현실적인 프로그램을 비롯해 방향성까지 제시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nn041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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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긴급 방문한 이란 외무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있는 레바논을 예고 없이 방문해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아락치 장관은 이날 오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으로 입국해 나지브 미카티 총리 등 레바논 정부 지도부를 만났다. 지도부와의 회동을 마친 장관은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이 우리에게 어떤 조치나 행동을 취한다면, 우리의 보복은 이전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재보복 움직임에 경고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koinwon@newspim.com 그는 이어 "이란은 공습을 계속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일말의 행동에 나선다면 분명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국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해서는 "우리가 공격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란 영토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대사관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군사·안보 시설을 합법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이란은 지지하지만, 가자지구의 휴전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긴급 방문은 중동 '저항의 축'의 주축인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 약 180발을 쏘며 대규모 공습을 가한 후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것이라 천명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란 고위 관리가 레바논을 찾은 것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3일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하고 레바논 남부 등에 대규모 공습을 진행해 왔다. 이어 27일에는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표적 공습, 살해한 데 이어 30일에는 레바논 남부에 병력을 투입하며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전에 돌입했다. 이에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이란 혁명수비대 작전 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koinwon@newspim.com 2024-10-0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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