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 기술원 본부장 임용 좌절 후 스트레스 호소
"김은경 장관 추천자 탈락하자 재공고…심사절차 불공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관 임원 공모에서 탈락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환경부 산하 기관 간부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단장이던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등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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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30년 넘게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근무한 A씨는 지난 2018년 5월 기술원 상임이사 직위인 환경기술본부장 공모에 지원해 최종 후보자에 포함됐다. 이후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1명이 탈락해 최종 후보자는 A씨를 포함해 2명으로 압축됐다.
A씨는 같은 해 7월 간부회의에서 "환경부 장관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목적이고 원내에는 충족하는 사람이 없어 다시 임용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고 본부장 임명 절차가 미뤄지는 상황에서 이전 근무지로 전보가 검토되자 인사팀장에게 "다시 가는 것은 사람을 완전 무시하는 것"이라며 거부의사를 표시했다.
그는 사실상 좌천성 인사에 진급도 좌절되자 스트레스로 10일 동안 출근을 하지 못하고 수면장애, 우울감 증세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A씨는 결국 같은 해 12월 '열심히 일했고 나름대로 성과도 냈다고 생각했지만 인사권자와 내 생각은...자괴감, 모멸감, 자책감 등'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공개모집 과정에서 탈락에 따른 충격과 고통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으로 고인의 사망에는 업무상 요인보다 개인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단 판단과 달리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지원한 본부장 심사 절차가 통상적인 공개모집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30년 넘게 환경부 또는 산하 기술원에서 근무했던 A씨로서는 좌천성 인사까지 예상되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실제로 불면증, 우울증상 등이 발생해 출근하지 못 하면서 자살 충동까지 느끼며 입원치료를 받았고 달리 가정적·경제적 문제 등 자살에 이를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추천한 B씨가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탈락하자 재공고가 추진됐고 기술원 내부에서는 'A씨가 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기여도가 탁월하다'는 이유로 A씨를 임명하자고 건의했으나 공석으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전 장관은 기술원에 자신이 내정한 추천자를 임명하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내달 2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