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분양에 이어 공공주택에서도 중도금 대출 불가 통보
부동산 정책 실패가 예비청약자·무주택자 피해로 이어져
대출총량규제 방식 보완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로 중도금 대출 불가 사례가 나오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선 서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중도금 대출 중단은 민간분양 단지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분양하는 공공분양 단지로도 확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계대출 관리와 함께 서민들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가계대출 관리 방식의 변화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우려가 현실로" 민간분양에 이어 공공분양도 중도금 대출 중단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민간분양 단지에 이어 공공분양 주택에서도 중도금 대출 중단 사례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최근 입주자모집 공고를 내놓은 파주운정3 A17블록과 시흥장현 A3블록의 공공분양주택에서 중도금대출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존 단지들에서도 같은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화성능동 B-1·화성봉담 A-2구역 신혼희망타운에서도 중도금 대출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중도금 납부기한을 연장한다는 문자 공지가 전달됐었다. 화성능동은 최근 납부기한을 연장해 은행권과 중도금 대출협약을 체결해 문제를 해결했지만 화성봉담은 여전히 중도금대출을 맡을 은행을 찾지 못했다.
중도금 대출 불가 내용이 포함된 LH 신규 공공분양주택 입주자모집 공고 [자료=LH] |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중도금대출 중단 우려가 나왔었다. 실제 민간분양 주택에서는 중도금대출 중단 사례가 나왔고 그 여파가 공공주택에까지 확대된 것이다.
앞서 경기도 수원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더퍼스트' 분양에서 시행사 측이 중도금 대출 불가를 공지해 논란이 됐었다. 여기에 민간임대주택인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 분양에서도 중도금 대출을 시행할 금융사를 찾지 못해 중도금 대출 여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중도금대출 중단에 대해 LH는 은행들의 대출심사 강화로 집단 중도금대출을 진행하기 어렵게 돼 중도금대출을 막게 됐다는 입장이다. 입주자와 예비청약자들의 피해를 덜기 위해 은행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납부기한 연장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대출총량규제를 이유로 은행에서 대출을 막은 탓에 중도금대출을 중단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없는 상황이어서 우선 중도금 납부기한을 연장하고 은행과 협의를 통해 중도금대출이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정부 정책 실패가 낳은 중도금 대출 중단...실수요자 활로 열어줘야
시장에서는 중도금 대출 중단에 대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됐다고 본다.
집값 오름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집을 마련하려는 심리가 확대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기에 집값 상승으로 인해 대출 규모 자체도 크게 늘어났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이 확대됐으며 최근에는 금리인상 등으로 가계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나오게 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 정책 실패가 중도금 대출 불가와 같은 사태로까지 이어졌다"며 "정부 정책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패닉바잉 등 대출 수요와 규모 모두 늘어나게됐고 이를 방어하려는 정부는 대출 옥죄기와 같은 강력한 정책을 내세울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 불가 통보가 이어지자 예비청약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을 토로하면서 청약 자체를 포기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 청약에 당첨된 후 중도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 청약자격이 박탈되고 10년간 당첨 제한에 걸린다. 청약 당첨으로 청약통장을 소진하고도 중도금으로 자격이 박탈되면 청약 기회만 날릴 수 있기에 그렇다.
청약에서 실수요자가 빠지게 되면 청약시장은 현금부자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금수저 청약'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중도금 대출 중단이 "돈있는 사람만 청약하라는 이야기"라면서 "부자만 더 부자되는 정책이 되버렸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대출 통로를 열어주는 방안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대출총량규제에 나서면서 관리대상항목은 지정하지 않은 채 총량만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인해 은행들이 규모는 크지만 실익은 상대적으로 적은 주택관련 대출 통제에 집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과 연결되는 대출은 관리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등이 거론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금부자 중심들을 위한 청약시장이 될 수 있는만큼 실수요자와 무주택자를 배려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대출총량규제에서 중도금대출이나 전세대출처럼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은 제외하는 방안 외엔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