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9월말 구글 앱 스토어 통해 배포…3만6000명 이용
2500명 휴대전화서 악성 앱 삭제…7714만원 피해 예방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의심되는 악성 앱이 없습니다."
검사 버튼을 누르자 '고객님의 기기에서 검사를 진행 중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뜨더니 5초도 지나지 않아 검사 결과가 나왔다.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는 개인정보를 빼내갈 악성 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경찰에서 배포한 보이스피싱 예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인 '시티즌 코난'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배포를 시작한 지 약 한달도 안 지나 약 3만6000명이 이 앱을 사용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대학 스마트치안지능센터는 지난 9월 27일 구글 앱 스토어에서 '시티즌 코난' 배포를 시작했다.
이 앱은 쉽게 말해 스마트폰 백신 앱이다. V3와 같은 백신 프로그램이 컴퓨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안전하지 않은 프로그램 설치를 막고 삭제하듯이 시티즌 코난도 설치만 해두면 24시간 활동하며 악성 앱을 차단한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파격적인 이자율로 돈을 싸게 빌려준다거나 수사 기관을 빙자해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이들이 안내하는 악성 앱은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사, 공공기관 등을 빙자한 무늬만 그럴 듯한 앱이다. 악성 앱은 금융계좌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내간다. 하지만 이용자는 악성 앱인지 여부를 판별하기가 어렵다. 이를 판별하고 경고해주는 게 시티즌 코난이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1.10.22 ace@newspim.com |
시티즌 코난 개발 책임자인 장광호 스마트치안지능센터장(경정)은 "피싱범들은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악성 앱으로 전화와 문자를 탈취한다"며 "시티즌 코난은 정보를 탈취하는 명령어(고유코드)를 식별하고 사기꾼들이 사용한 전화번호 리스트를 꾸준히 탐색하고 검색해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이 앱 개발은 초기 한 경찰관이 제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보이스피싱 수사에 매진하던 경기 김포경찰서 이창수 수사과장(경정)이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앱 개발업체 도움을 받아 '피싱아이즈 폴리스' 앱으로 나왔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9월초까지 김포경찰서 등 경기도 일대 경찰서에서 이 앱을 테스트하며 안정성을 확인했다. 이후 스마트치안지능센터는 사용 용이성을 높이며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서버를 확충하고 이름도 시티즌 코난으로 바꿔 앱을 내놨다.
휴대전화 이용자 관심은 높았다. 공개한 지 한 달도 안 지나 약 4만명이 시티즌 코난을 내려받았다. 앱을 내려받아 초기 설정까지 마치고 이용 중인 사람은 3만6000명에 달한다.
성과도 컸다. 시티즌 코난은 약 2500명 휴대전화에서 악성 앱을 삭제했다. 보이스피싱 예방 효과도 높았다. 시티즌 코난으로 피해를 예방한 금액이 7714만원에 달한다.
일례로 지난 13일 대검찰청을 사칭한 피싱에 속은 한 시민이 돈을 인출하려다 의심을 품고 경기 광명경찰서 소하지구대를 방문했다. 지구대에서는 시티즌 코난을 이용해 악성 앱을 확인, 제거했고 814만원 피해를 예방했다.
앞서 지난 12일 경기 안성에서는 저금리 대출을 빙자한 피싱에 속아 1000만원을 인출하려던 시민이 은행직원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시티즌 코난을 설치했고 피해를 예방했다. 지난 9월 27일에는 딸을 사칭한 피싱범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악성 앱을 설치해 휴대전화를 원격 조정당하던 사례가 발견돼 시티즌 코난을 설치, 피해를 예방했다.
사용자 만족도도 높다. 구글 앱 스토어 만족도 5점 만점 기준 4.4점을 받았다. 경찰은 시티즌 코난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다가 새로운 앱을 내려받았을 때 악성 앱 여부를 판별해주므로 배터리 소모량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자료=경찰청] 2021.10.22 ace@newspim.com |
경찰은 시티즌 코난 기능을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먼저 보이스피싱 빈발 지역에 경고 문자를 보내는 기능 추가한다. 예컨대 전화사기를 당했다는 112신고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신고가 많은 지역에 '00 사칭 피싱 급증. 주의 요망' 등의 알림을 보낸다는 것. 아울러 시티즌 코난 경고에도 사용자가 악성 앱을 실행하면 인근 경찰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더한다.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전화번화와 IP 주소 등도 민간과 공유해 해당 범죄에 활용되지 않도록 막는다.
경찰은 보이스피싱을 민생을 헤치는 악질 범죄로 보고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6년 1468억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피해액이 5006억원에 달한다.
장광호 센터장은 "전화사기범들은 사람을 속여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며 "경찰도 순찰과 수사라는 그간 행동 방식이 아니라 미리 앞서서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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