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 아버지에게 시험지 받아 내신 치른 혐의…1심 집행유예
검찰 "반사회적 태도 보여"…쌍둥이 동생 "판결 바로잡아 달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이 교무부장으로 재직 중인 아버지로부터 내신고사 문제를 미리 입수해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숙명여고 쌍둥이'들의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이관형 최병률 원정숙 부장판사)는 19일 업무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쌍둥이 현모 양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범행을 부인함을 넘어 법과 사회 질서에 대해 부정하는 반사회적 태도를 보였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교무부장이던 아버지를 통해 시험 답안을 미리 받고 교내 정기고사를 치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숙명여고 쌍둥이 현씨 자매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들은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던 아버지 현모(54) 씨가 유출한 시험지와 답안으로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5차례 교내 정기고사를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1.04.14 dlsgur9757@newspim.com |
특히 검찰은 구형 의견을 밝히면서 "사건이 불거진 지 3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하고 개전의 점을 보이지 않는 피고인들을 보면서 무엇이 어린 10대 학생들에게 이런 모습을 갖게 했는지 생각해봤다"며 "성공지상주의, 결과지상주의가 지배하고 뉘우침과 고백이 없는 사회와 어른들이 이런 비극을 만든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많이 남은 피고인들에게도 반성의 기회를 주고 마음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경찰 수사 당시 압수수색 과정이 위법했다는 주장과 쌍둥이들이 정정 전 정답을 맞출 확률을 계산한 데 오류가 있다는 주장 등을 펼쳤다.
변호인은 "이 사건 실체에 관해 정답 유출일 가능성과 아닐 가능성을 동등한 시각에서 봐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정답 유출이 아니거나 그렇게 보기 부족하다면 무죄를 선고해달라. 그렇다면 한창 나이가 젊은 피고인이 다시 빛을 찾고 꿈을 꿀 것이고 충분한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날 재판에는 쌍둥이 중 동생만 출석하고 언니는 출석하지 않았다. 동생은 최후 진술에서 "3년 동안 제대로 된 생활조차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나라도 이런 억울한 일을 겪는 사람들을 반드시 도와줘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또 언니를 언급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지켜보면서 가장 정의롭고 총명하고 지혜롭던 사람도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번 판결에서만큼은 아버지의 1심이 잘못 판단하거나 상세히 살펴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절차를 잘 지켰는지 살펴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1일 오후 2시에 항소심 선고를 내린다.
앞서 이들 자매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던 아버지 현 씨로부터 내신시험 답안지를 미리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또 사회봉사 240시간도 함께 명령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아버지 현 씨는 자신의 쌍둥이 딸이 숙명여고에 입학한 2017년부터 2018년 1학기까지 총 5차례의 기말·중간고사 문제와 정답을 유출했고, 이들 자매는 1학년 1학기 당시 전교 59등과 121등에서 2학년 1학기에 문·이과에서 각각 1등으로 성적이 급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 현 씨는 징역 3년형을 확정 받았다.
당초 검찰은 아버지 현 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이를 참작해 두 딸들에 대해서는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소년보호사건이란 죄를 범한 소년이나 우범 소년들을 가정법원 소년부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재판 받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이 이들에 대해 형사처분이 필요하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하면서 결국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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