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긴급조치 피해자 승소 판결…행정처, 징계 검토
김기영 "법과 양심에 따라 하면 될 일…징계했다면 원시사회"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양승태 사법부 당시 벌어진 '사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기영 헌법재판관이 증인석에 섰다.
김 재판관은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권을 인정하면서 대법원 판례와 정면 배치되는 판결을 내려 법원행정처로부터 징계 검토를 받았다.
김 재판관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22번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기영 헌법재판관이 지난 2019년 4월 11일 오후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는 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정해 있다. 2019.04.11 leehs@newspim.com |
김 재판관은 지난 2015년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종전 대법원 판례를 깨고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국가 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통일기능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김 재판관의 징계를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재판관은 검찰에서 징계 검토 문건을 본 뒤 '문명사회의 사법제도를 가진 나라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도 "제 해석이지만 헌법이나 제가 생각하는 민사소송법에 비춰볼 때 1심이든 2심이든 대법관이든 자신들의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면 되는 것이고 하급심이 잘못됐으면 바로 잡으면 되는 것"이라며 "판결을 가지고 행정처 차원에서 (징계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이미 상당한 민주주의가 완성된 우리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토 자체가 부적절하다 생각한다"면서 "그런 판결을 했다고 해서 징계했다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 원시사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 판결 때문에 고등부장으로 승진하지 못했다는 인식은 없다고 말했다.
증언을 마친 뒤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김 재판관은 "제가 재판부에 말씀드리는 것 자체가 외람된 것 같다"며 "법원 자체로 볼 때 불행한 사건인 것 같다.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짤막하게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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