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급식 위생·안전 기구 지원 5억원 예산 배정
유치원 "급식 운영에 필요한 물품 지원 안돼"
현장 파악 미흡, 예산 낭비 지적에도 변경 계획 없어
[서울=뉴스핌] 소가윤 인턴기자 = 100명 미만 소규모 사립유치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급식환경 개선 지원 사업'이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들 유치원들은 소모성 물품 및 기구 등을 필요하지만 정작 지원사업은 대다수 유치원이 구비한 물품이나 시설 등에 대한 교체 또는 지원에만 허용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지원으로 정착 일부 유치원에서는 사용 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냉장고 등을 교체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만에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전면 등교를 시작한 11월 22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2021.11.22 pangbin@newspim.com |
1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소규모 사립유치원 급식환경 개선 지원 사업은 학교급식법에서 제외된 원아수 100명 미만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진행됐다. 전체 예산은 총 5억원으로, 222개 유치원에 230여 만원씩 배정됐다.
해당 예산은 급식 위생과 안전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생·안전 기구 구비를 위해 지원됐다는 것이다.교육청의 지원 품목은 ▲보존식 전용 냉동고 및 보존식 용기 ▲업소용 냉장고 ▲칼·도마 등 복합 살균 소독고 등 총 세 가지다.
이 품목들은 유치원 급식 운영에 필수적이어서 대다수의 유치원들은 이들 물품 및 기구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기구들은 사용 기한이 약 10년에 달해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한 대상도 아니다. 결국 대부분의 유치원이 이미 보유한 기구에 중복으로 예산을 책정한 셈이다.
강북구의 A 소규모 사립유치원 원장은 "지원해준 건 대부분 유치원에 다 구비돼 있다. 요즘 소독고 없는 유치원이 어딨냐"며 "오히려 교체 시기가 잦은 밥솥이나 가스레인지, 식기세척기 같은 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위치한 B 유치원장은 "유치원 급식은 당일에 재료를 다 소비해서 가정용 냉장고로도 용량이 충분한데 이번 지원 품목에서 제외됐다"며 "교육청으로부터 업소용 냉장고로 품목이 계획돼 가정용은 지원이 안된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서초구 C 유치원은 급식 운영 컨설팅을 받았지만 실효성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유치원 원장은 "사립유치원들은 인가받은 지 오래돼 리뉴얼을 해도 조리실 환경이 열악하다"며 "컨설팅을 해준다고 나와서는 조리실이 왜 이렇게 좁냐고 지적만 하더라"고 불만을 토했다.
이에 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관련 대표와 협의 후 품목을 선정했다"며 "지원 품목에 한해 희망 유치원으로부터 신청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현장의 불만을 인지하면서도 이번이 처음인 만큼 후속 지원에서는 예산을 증원하는 등 단계적인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유치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구입 가능 물품 변경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혀 논란 확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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