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예약 이어 방역패스도 먹통 사태
수차례 서버 문제 반복…해명도 먹통
책임감 있는 해명·재발방지 대책 절실
[세종=뉴스핌] 이경화 기자 =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선별검사 전산입력 시스템이 고강도 거리두기 시행 첫날인 지난 18일 약 1시간 동안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지역 검사소·보건소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지연되면서 한파를 뚫고 힘든 발걸음을 한 수많은 시민이 장시간 추위에 떨며 큰 불편을 겪었다.
이경화 경제부 기자 |
질병청은 이날 출입기자단 질의응답을 통해 "시스템 기능 변경을 새벽에 수행하고 오전 9시부터 기능 변경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했다. 모니터링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개선 작업을 완료하는데 오늘 오전 상황은 모니터링 수행 중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진단검사 의뢰 실적이 많아져 관련한 속도 개선 요청이 계속 있어와, 진단검사 기능의 속도 개선 작업을 금일 새벽부터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인불명의 서버 부하'라고 알린 것 외에 자세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질병청 시스템이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의무화·위반 과태료 부과 첫날인 13일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 접속 장애가 발생해 먹통이 됐고 둘째 날인 14일 또다시 방역패스 시스템 일부가 장애를 일으켰다.
이보다 앞선 5월 잔여백신 조회 시스템 일시 먹통 사태를 비롯해 6월 얀센백신 접종 사전예약과 7월 50대 대상 사전예약 시스템에서도 오류가 발생하면서 큰 혼란을 빚었던 터다.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거듭 사과했으나 같은 상황이 반복됨으로써 불신을 자초하는 형국이다.
사용자인 시민들은 질병청 시스템이 서버 과부하 요인으로 서비스 문제를 거듭하자 '공감이 결여된 엇박자·준비 부족'이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코로나19 5차 대유행에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작부터 한 방역패스가 시스템 먹통 사태까지 겹쳐 이중 고통을 안기면서 방역은 방역대로 실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점은 정부의 위기 대응능력과 태도다. 일반 사업자의 경우 요즘 10분만 통신장애가 일어나도 서비스 교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고객들로 넘쳐난다. 백신예약에 이어 방역패스 먹통 사건의 경우는 무려 2시간 가까운 장애가 발생했다. 그리고 방역당국의 서버 문제는 여러 차례 발생했음에도 정확한 기술적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급기야 질병청은 방역패스 먹통 원인으로 쿠브 서버가 있는 KT DS 클라우드센터의 접속 부하 문제라고 밝히면서 KT 측과 책임 공방까지 벌였다. 사용자로써 무엇이 잘못됐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다는 책임감 있는 해명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올라오는 대목이다.
하루 1만 명대 확진자가 점쳐지는 엄중한 시기다.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했을 때 똑같은 변명을 듣는다면 사용자들의 더 큰 분노를 가져 오게 됨은 물론 정책에 대한 신뢰감은 땅에 곤두박질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신뢰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사려 깊고 확실한 위기대응 능력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더불어 어려운 현실 속 시민들이 느끼는 인식과 동떨어진 점은 없는 지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