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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연간 전체 주식시장 분위기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새해 초반 '투자금 로테이션(순환매)'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신년 첫 2거래일 동안 그로스(성장)주에서 투자금이 이탈해 가치주로 유입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관련주 등 성장주로 구성된 미국 러셀1000그로스지수는 1.1% 급락해 전날에 이어 약세를 이어간 반면 에너지와 금융주 등 가치주 시세를 추종하는 러셀1000밸류지수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로써 러셀그로스지수의 성과는 전날과 이날을 포함한 새해 첫 2거래일 동안 밸류지수를 1.5%포인트 밑돌게 됐다. 매년 첫 이틀 동안 그로스지수의 가치주 성과 하회폭 정도는 1995년 이후 최다다. 새해 벽두부터 27년 만에 최대 규모로 기술주에서 가치주로의 로테이션이 벌어진 셈이다.
성장주 부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올해 기준금리 인상 관측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이 원인이 됐다. 이날 미국 국채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한때 1.68%로 작년 11월 하순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금리 상승은 주식 가격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인 만큼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일수록 타격을 받기 쉽다.
경기민감주를 다수 포함하는 가치주는 경기 낙관론이 훈풍이 됐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해도 높은 백신 접종률 덕분에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반영됐다.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주의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형성됐다.
오펜하이머의 알론 로신 주식파생상품 부문 책임자는 "이같은 로테이션은 실질·명목금리가 상승한 결과"라며 "원래 대형 기술주에서의 로테이션은 더 일찍 일어나야 했지만 관련주들이 작년 말까지 버틴 탓에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가에서는 올해 주식 투자 성과는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등 2개 키워드가 좌우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확장에서 긴축으로 접어드는 국면인 만큼 유동성 기대감은 퇴조하고 실적이 좋거나 금리 상승에도 상대적으로 잘 견뎌낼 저PER(주가수익배율) 종목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S&P다우존스 인디시즈에 따르면 작년 말 S&P500 종목의 주가수익배율(PER,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 예상치 기준) 평균치는 23.61배로 과거 10년 평균 18.72배를 크게 웃돈다. CFRA의 샘 스토벌 수석 투자는 "1998년 이후 6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금리 동향에 따라 고PER 종목은 거친 가격 변동이 예상된다"고 했다.
인스티넷의 래리 와이즈 주식트레이딩 부문 책임자는 "올해는 주가지수가 대폭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견해가 많지 않아 다수가 지속해서 이익을 내는 기업에 투자금을 배분 중"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에는 그동안 고대하던 가치주의 강세가 부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가치주 신중론을 내놓는다. 작년 1분기와 2018년 4분기 당시에도 '가치주 강세론'이 등장했지만 결국 주식시장의 성과를 독식한 것은 성장주였다. 내셔널시큐리티스의 아트 호건 수석 마켓 전략가는 "10년물 금리가 2%를 밑도는 상황에서는 기술주의 저렴한 상태가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