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율 기자 = '젠더 이슈'가 대선 정국 뇌관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다.
윤 후보는 지난 6일부터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는 메시지를 연달아 내놨다.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대선 전략으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세대 포위론이란 기존 보수 지지층인 6070세대에 2030 남성 지지세를 더해 민주당 지지층인 4050세대를 포위하자는 전략이다.
윤 후보는 그간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불과 한 달도 안 된 지난해 12월 20일 "기존 국민의힘과 생각이 다른 분이 온다고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 씨를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영입하기도 했다.
신 씨는 이 대표의 공개 반발 등 당내 이견으로 영입 2주 만에 사퇴했고 윤 후보는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라며 신 씨 영입을 사과했다. 이탈이 가속화된 2030 남성 지지자들을 향한 항복 선언이나 다름 없었다. 수많은 실언과 가족 관련 의혹, 이를 대하는 태도, 선대위 내홍으로 드러난 리더십 등 여러 요인에 의한 지지율 하락 원인을 신 씨 한 사람에게 덧씌운 처신이기도 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당내 경선 당시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7일 단문 메시지로 내놓은 여가부 폐지 공약엔 별다른 설명도 더하지 않았다. 공약 발표 다음날인 8일 '작년 10월에는 양성평등가족부를 약속했는데 공약이 바뀐거냐'는 질문엔 "현재 입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이라며 "더는 생각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대안 마련 없는 표심 결집의 수단으로 여가부 폐지 공약을 던졌다고 읽힐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윤 후보는 논란이 일자 "남녀를 나누지 않고 아동과 가족, 인구감소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신설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하며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 이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란 해석을 자초했다. '페미니즘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원인을 잘못 진단하면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없다. 대선을 2개월 여 남겨두고 곤두박질 친 지지율에 2030 남성의 표심을 잡겠다고 여성들을 차별·배제하는 전략은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남녀 갈라치기' 이상이 될 수 없다. "청년들의 기회빈곤을 해결할 생각 없이 성별로 편을 갈라 20대 남성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게으른 사고가 참으로 지겹고 한심하다"는 권인숙 민주당 의원의 비판을, 정파를 떠나 곱씹어 보기 바란다.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넘어 정치권이 성별 갈등까지 조장하는 현실은 "국운이 다했다"며 직에서 물러난 김종인 국민의힘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한탄을 되새기게 할 뿐이다. 갈라치기만큼 내 편을 결집시키기 쉬운 방법도 없다지만 국정을 이끌겠다는 제1야당 대선 후보라면 당장의 표를 위한 분열의 정치보다 통합을 향한 노력을 우선시 해야 할 것이다. 갈등이 깊어지면 결국 치유의 책무는 더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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