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강하늘이 올해 첫 대작 한국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로 설 연휴 극장가를 찾는다. 한효주, 이광수, 권상우 등과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긴 침체를 거친 영화업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준비를 마쳤다.
강하늘은 18일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해적' 개봉 소감과 작품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해적'은 지난 2014년 손예진, 김남길 주연 영화의 후속 시리즈처럼 보이지만 감독도, 주연 배우들도 모두 달라진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완성됐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 출연한 배우 강하늘 [사진=티에이치컴퍼니] 2022.01.19 jyyang@newspim.com |
"'해적'이란 작품을 저도 재밌게 봤어요. 다행히 부담감을 느끼진 않았어요. 김남길 선배를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당장 '도깨비 깃발' 이 작품만을 생각하면서 쭉 따라갔죠. 전작이랑 대본 자체가 좀 다르기도 했고 어드벤처가 강해진 느낌이라 재밌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았고요. 극중 무치 역을 연기하면서 조금 우당탕탕 천방지축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 뻗친 머리, 고함을 치는 설정을 가져갔어요. 우치의 유쾌한 캐릭터가 이 작품에서 제가 해야하는 역할이라고 생각됐죠."
강하늘은 극중 고려제일검 우무치 역을 맡은데다, 영화 설정상 꽤 많은 액션을 소화해야 했다. 해랑 역의 한효주와 대립하다가도 묘하게 합을 맞춰야 하는 신도 많았다. 그럼에도 시종일관 무게를 잡거나 하지 않는다. 유쾌한 외면 속 조금은 무거운 전사와 속내를 감춘 인물이다.
"뻗친 머리를 딱 봤을 때 '아 무치는 이런 사람이겠다' 하는 생각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았죠. 별 다른 상황도 아닌데 고함을 치는 건 이 친구의 무식하면서도 우직한, 내가 맞는 게 맞다고 밀고 나가는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려 했고요. 만들다 보니 이런 느낌이 들어갔고 유쾌한 톤을 위해서 무치라는 친구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얘기해서 그렇게 정했죠. 액션이 다행히 많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무술 감독과 팀 분들이 위험하지 않게 잘 신경써주셔서 웃으면서 찍었죠. 이렇게 저렇게 해볼까요? 하면서 재밌게 촬영한 기억이 나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 출연한 배우 강하늘 [사진=티에이치컴퍼니] 2022.01.19 jyyang@newspim.com |
특히 극 초반에 암시되는 과거를 지녔지만 현재는 쾌활한 무치 역을 연기하며 가장 중요한 건 그 둘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었다. 해적단과 있을 때와 부흥수와 대립할 때의 무치의 분위기는 꽤 다르게 느껴진다. 강하늘은 "무치 하나만 보기보다 여러 캐릭터와 조화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무치로서는 그 둘 사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포인트였죠. 너무 가볍게만 가기에는 작품의 무게감조차도 해치는 느낌이어서 매 신에서 고민했어요. 대본엔 무치가 표현해야 하는 특정한 말과 액션들만 적혀 있었는데 조금 평면적으로 보일까 싶기도 했거든요. 이 작품은 무치의 한 시선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해랑의 한 시점으로만 흘러가지도 않아요. 여러 캐릭터들의 호흡과 조화가 어우러져야 했죠. 가장 중점을 둔 건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시하고 꾸지람 준다면, 이런 리액션이 나오기 위해 무치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생각하고 무치 혼자의 감정 흐름보다 전체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나와야 하는 면들을 고민했어요."
'해적'이 사극이긴 하지만 또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돼 있어 누군가는 연기톤에도 신경이 쓰일 법하다. 강하늘은 의외로 "다른 톤을 억지로 보여드리고자 한 건 없었다"면서 웃었다. 상대역이었던 한효주가 너무나 좋았다며 공개한 밤바다 촬영 에피소드 얘기가 나오자 강하늘은 재차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 출연한 배우 강하늘 [사진=티에이치컴퍼니] 2022.01.19 jyyang@newspim.com |
"대사톤은 기본적으로 사극톤으로 가기는 하지만 제가 너무 기름진 목소리로 그렇게 하면 극에 방해가 됐을 거예요. 다른 분들이랑 톤을 맞춰 나가면서 무치라는 역할이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해야하나 고민했죠. 이런 톤으로 얘길 했을 때 저 분들이 저렇게 해주시는구나. 이게 어울리나? 이 신에서 잘 묻어나나? 동 떨어지지는 않나? 늘 생각했어요. 밤바다 보는 장면에선 하하. 제가 뮤지컬 했을 때 했던 넘버를 부른 것 같아요. 혼자 밤바다 보면서 대기 시간에 부르고 있었는데 효주 누나가 왔어요. 이상해 보일까봐 뚝끊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아 그냥 계속 불렀죠."
이번 작품에서 강하늘은 유쾌한 캐릭터로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고 코믹한 무드까지도 담당했다. 그러면서도 "코미디가 어렵지만 다른 연기가 쉬운 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연극·뮤지컬 무대를 비롯해 다수의 드라마, 영화를 거쳐온 그는 언제나 "즐거운 현장이 전부"라면서 어떤 현장에서건 늘 웃고 즐겁게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랐다.
"연기는 다 어려운 것 같아요. 코미디를 많이 보는데 '행오버'나 최근 '돈 룩 업' 같은 B급 유머같은데 진지한 느낌을 좋아해요. 보다보니 흐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잔뜩 이제 웃긴다 하기보다 연기로 감추다가 한번씩 쌓였던 걸 터뜨리는 거죠. 흐름을 가장 신경쓰게 되고, 감독님께 신의 앞뒤 맥락을 여쭤보고 판단하기도 해요. 연극도, 영화도, 드라마도 그렇지만 누구도 얼굴 찌푸리는 일 없이 재밌게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현장이 가장 좋아요. 제작비를 아예 생각 안할 수는 없지만 부담은 갖되 너무 신경쓰지는 않으려 해요. 그렇게 연기하면 최선을 다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공연하는데 관객이 많아서 연기가 잘되고 없어서 안되고 하는 건 연기자로서 좋은 모습은 아닐 거예요. 제가 그랬다면 지금까지 보신 것보다 훨씬 더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