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이틀 앞둔 30일. 청년들 사이에서 고향을 찾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험·취업 준비 등으로 집을 떠났지만 아직 큰 성과가 없어 가족들 만날 면목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 청년은 "연휴만 되면 서러워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박진규(29) 씨는 충남 천안에서 자랐지만 취업 준비를 위해 2년 전 서울로 올라왔다.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각종 자격증 학원을 다니고 있지만 아직 취업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박씨는 취업에 성공하기 전까지 고향에 가지 않을 거라고 했다.
박씨는 "긴 연휴동안 혼자 있으면 외롭지만 가족들에게 눈치 보여 고향에 안 가려고 한다"며 "공기업 합격하고 당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빨리 취업하는 게 효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모(28) 씨도 '나 홀로 명절'을 선택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주씨 역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다. 그는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차라리 고향에 안 가고 공부해서 빨리 시험 붙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연휴 공부 계획을 이미 다 세워 놨다"고 전했다.
[고양=뉴스핌] 정일구 기자 =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1 청년 일자리박람회 '청년드림 JOB콘서트'를 찾은 구직자들이 취업 컨설팅을 받고 있다. 2021.10.07 mironj19@newspim.com |
3년째 공무원 시험 탈락의 고배를 마신 김모(28) 씨는 명절 때면 오히려 더 우울해진다고 했다.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모이는 화목한 가정을 보면 불안감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그는 "명절 같은 연휴만 되면 서러워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직장인들은 연휴만 바라보고 산다는데 나는 왜 이런 모습인지 모르겠다"며 "이럴수록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고 한탄했다.
이들의 고충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664만3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했다. 연령별 비중은 20대가 19.1%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기준 1인 가구 평균 취업자 비율은 2020년보다 1.2%p 하락된 59.6%였다. 혼자 사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지만 취업률은 더 떨어진 것이다. 현재 1인 가구 10명 중 4명은 취업하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명절에 집에 안 가고 혼자 우울해 하는 현상을 포함해 청년 취업문제 등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며 "이분들이 모여 고충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구직기간이 긴 청년들을 위해 소셜 밥상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1차적으로 가정에서 취업 못한 청년들을 보듬어줘야 한다"며 "어릴 때부터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공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