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개발까지 할 수 있는 환경 마련해야
임상 3상 집중 투자, 적정한 보상체계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국내 업체가 개발한 신약이 블록버스터로서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이란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뜻한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이르면 연내 미국에서 출시될 전망이다. 유한양행의 파트너사 얀센은 병용요법으로 렉라자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서 조건부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김경민 산업1부 기자 |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도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한미약품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포지오티닙을 신약 시판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스펙트럼은 1분기 안에 롤론티스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도 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비소세포폐암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글로벌 시장 규모는 각각 5조원, 3조원으로 추산된다.
블록버스터급 국산 신약 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괄목할만한 성과다. 다만 기술 수출에 그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업체로서도 기술 수출을 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개발(R&D) 비용을 비교했을 때 절대적인 열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10개사의 기업당 R&D 비용은 8조2000억원이다. 국내 상위 10개사는 1400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상용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임상 3상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에 적게는 2000억원, 많게는 1조원까지 투입된다. 이 비용을 개별 업체 차원에서 감당하긴 어렵다.
정부도 지원을 늘리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부처의 올해 R&D 예산 1조8000억원 중 바이오 분야는 11.4%다. 미국은 30%, 벨기에는 40%로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비중이 높다.
블록버스터 개발을 완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집중적인 지원 여부가 신약 개발 성패를 가른다. 유망한 임상 3상 후보를 선정해 투자해야 한다.
또 신약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신약 보상체계가 미약하니 업체 입장에선 신약 개발에 도전하기 꺼려진다. 신약 개발을 했더라도, 낮은 약가로 글로벌 진출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 한 사례도 있다.
아직까지 국산 신약 중에 해외에서 유의한 성과를 거둔 의약품은 없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 33개 품목이 출시됐는데도 불구하고 연 매출 500억원을 넘는 제품은 3개뿐이다. 블록버스터 신약은 제약강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제약강국을 위해 정부는 지원 방안을 늘려야 한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