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2년서 감형…"일부 댓글 무죄"
"경찰이 국민 의사형성 과정에 부당개입"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관들을 동원해 댓글 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 부장판사)는 1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2019년 7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7.05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조 전 청장의 행위가 직권을 남용해 경찰관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며 대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총 1만2880개의 댓글 중 ▲경찰관 신분을 밝히고 작성·게시한 댓글 ▲당시 경찰청이 추진한 정책을 비난하거나 경찰을 비판한 글을 리트윗한 댓글 ▲민주주의에 따라 시위를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댓글 등 101개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피고인의 행위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기관인 경찰이 국민의 의사형성 과정에 조직적·계획적으로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헌법질서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라며 "경찰관들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남용해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를 크게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서울지방경찰청장 및 경찰청장으로 재임한 기간인 27개월 남짓의 범행에 대해 검찰이 최초 기소한 1만2896개의 댓글 양이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등 다른 국가기관에서 수행한 댓글 여론 조작에서 인정된 횟수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인 점,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여론을 조성한 댓글은 그 중 5%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청장은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이 인용돼 불구속 재판을 받다가 건설업자로부터 인사 청탁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월을 확정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별도로 보석인용 결정을 취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조 전 청장은 2010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스폴팀(SPOL·Seoul Police Opinion Leader), 보안사이버수사대, 폴알림e 등 인터넷 여론 대응조직을 활용해 소속 경찰관 1500여명으로 하여금 정부 정책이나 경찰 입장을 옹호하는 댓글과 게시물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경찰관들은 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명이나 차명 계정, 해외 IP, 사설 인터넷망 등을 이용해 이명박 정부 정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값 등록금, 구제역 사태 등 이슈에 대한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