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주식 취득한 회사 대표, 증여세訴 승소
"상증세법상 증여자 요건,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투자를 위해 주식을 보유하던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취득했다면 증여로 볼 수 없어 증여세 부과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씨가 양천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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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의 모습. [사진=대법원 제공] 2022.01.07 shl22@newspim.com |
의약품 제조업체인 B사 대표 A씨는 1999년 1월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룩셈부르크 소재 투자회사인 C사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하고 회사 발행주식 전부인 1만주를 1주당 6000원에 양도했다.
다만 양도 당시 C사가 B사 지배·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향후 B사 경영 상황이 개선되면 주식의 10%를 A씨에게 환매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A씨는 B사 경영상태가 개선되자 2005년 11월 옵션계약서를 통해 B사 발행주식 총수의 10%인 8만5094주를 되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고 2007년 12월까지 옵션을 행사해 회사 주식 8만5094주를 다시 취득했다. 이후 액면분할과 무상감자를 통해 A씨는 2009년 3월 기준 B사 주식 46만8017주를 보유하게 됐다.
B사는 이듬해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017년 A씨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A씨가 특수관계에 있는 최대주주 C사로부터 주식을 취득해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제41조의3에 따른 증여세 과세대상이라고 판단, 양천세무서장에 관련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양천세무서장은 2018년 8월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한 후 A씨에게 2005년 증여분 증여세 20억3900만여원 및 2007년 증여분 증여세 20억5500만여원 등 총 40억9400만여원을 부과한다고 고지했다.
A씨는 증여세 부과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법원에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의 과세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증여자 등이 최대주주에 해당하는 외에도 최소한 증여자가 증여 내지 양도 당시 해당 기업의 상장 계획 등 경영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을 만한 구체적인 위치나 상황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증여자 요건은 과세요건사실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C사는 해외 소재 투자법인으로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배당이나 주식의 양도차익 등 수익만 추구하는 전형적인 재무 투자자"라며 "C사가 B사에 투자한 금액 역시 C사가 보유한 전체 금융자산 중 3.2%인 14억원으로 극히 일부에 부과하다"고 했다.
또한 "C사는 B사에 처음 투자한 1999년부터 보유주식을 전부 매각한 2007년까지 B사의 이사회나 임원 구성에 일절 관여하거나 참여하지 않았고 주주총회에도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며 "의결권 등 주주로서의 모든 권리와 경영권 일체를 A씨에게 위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을 모두 종합하면 A씨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할 당시 C사가 구체적으로 B사 경영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C사를 구 상증세법이 정한 증여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부과된 각 증여분 증여세는 과세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