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2일째 접어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러시아 경제 및 개인들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 조치에 이어 기업들이 빠르게 손절에 나서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추가적인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잇따른 보이콧이 푸틴 대통령의 철군 결정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봤다.
◆ 러 압박 동참이 대세...버티면 고객들이 '보이콧' 위협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를 응징하는 차원에서 영업 및 판매 중단 조치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애플에 이어 인텔, GM,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철수를 선언했고, 영국 석유 회사 BP에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 석유메이저 쉘도 러시아 사업을 접기로 하는 등 러시아 엑소더스에 동참한 기업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와 섣불리 사업 중단을 선언할 경우 비즈니스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이 있지만 러시아 잔류를 선언했을 때 돌아올 후폭풍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사업 중단을 머뭇거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고객들의 강력한 항의와 함께 불매 운동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트위터상에는 러시아에 잔류한 맥도날드나 코카콜라를 겨냥해 #보이콧맥도날드(#BoycottMcDonalds)나 #보이콧코카콜라(#BoycottCocaCola) 등과 같은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영국 정치인 존 맨은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등이 러시아에서 영업을 지속하면 보이콧 운동이 점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동차 기업들도 수출 중단 등을 발표하고 있지만, 포드는 아직 철수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는 등 난처한 상황에 처한 기업들도 상당수다.
글로벌 기업 철수에 러시아도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자국 국영 매체 차별 및 허위 정보 유포를 이유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차단했다.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푸틴 흔들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정책) 종식에 글로벌 기업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큰 역할을 했던 것과 같은 결말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시에는 민간 부문에서 진행된 금융 전쟁 덕분에 아파르트헤이트가 끝이 났지만 푸틴이 기업들의 철수로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 로스 비즈니스스쿨 조교수를 비롯한 기업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가 제재 여파로 빠르게 기우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러시아 투자를 철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을 접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 기업 진출이 이번을 계기로 터닝포인트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고든은 푸틴 대통령에 직접적 타격이 되지 않는 서방 기업 철수의 경우 각국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제재 조치에 비해서는 우크라이나 철수 결정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다.
서던 캘리포니아대 조교수 숀 히아트 역시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940년대 2차대전 당시에는 미국 기업들이 독일에 대한 제품 선적을 중단하면서 거액의 손실을 담당해야 했지만 지금은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된 덕분에 러시아 사업 철수로 인한 기업들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 몇 달 동안은 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충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