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추가 건축 규제 생길 가능성 높다"
용산 정비창 사업도 타격…오세훈 시장도 숙고 요청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겨질 것이 확정되자 주변 노후 저층 주거지 재개발을 비롯한 개발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지더라도 이 일대에 추가 개발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 개발 사업 인허가는 현행 국방부만 있을때 보다 더 엄격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부동산업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제 21대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과 관련해 용산 삼각지역 일대 개발사업이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 尹 "국방부 주변 추가 규제 없다"...전문가들 "결국 생길 것"
윤석열 당선인은 자신의 첫번째 공약사업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건물로 이전하고 관저도 주변 한남동으로 이전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으로 주택 재개발을 비롯한 개발 사업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이 있는 만큼 보안이 강해져 층고가 규제되는 것은 물론 건물 신개축도 엄격히 제한될 것이란 것이다. 또 청와대와 달리 개방된 곳인 만큼 서울광장 수준의 집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돼 교통정체 문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청와대 주변에는 주거지역에선 가장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청와대 왼편 '경복궁서측'(효자동·체부동 등)의 지구단위계획에서는 고도를 15~20m로 제한하고 있고 오른편에 위치한 북촌(삼청동·가회동 등)에선 16m 고도제한이 걸려 있다. 이 때문에 5층 이상 건물을 짓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국방부 청사 주변은 도시계획시설인 '공공청사'로 지정돼 있을 뿐 이렇다할 규제는 없다. 대표적인 규제인 고도제한도 이 주변엔 설정돼 있지 않다는 게 용산구의 설명이다. 서울시도 국방부 인근 지역에 국방부 건물로 인한 도시계획 규제는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 주변처럼 고도지구와 자연경관지구 등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건축행위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방부 주변엔 청와대 주변과 달리 높이나 건축 규제가 없고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이 있을 뿐"이라며 "지구단위계획에서도 고도 제한 등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집무실을 이전한 후 추가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현행 제도상 이 일대 개발사업은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의 추가규제가 없다는 발언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각지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이야 시민의 반발과 여당의 공격 등을 대비해서 추가 규제가 없다고 하겠지만 실제 임기 동안 보안과 경호 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건축규제와 주변 통제가 강화될 공산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제도적인 규제는 없더라도 다른 이유를 들어 건축행위를 규제하는 방식이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청와대에 준하는 건축 규제가 시행되면 이 일대 개발사업은 대단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 주택 재개발사업은 차치하더라도 서울시의 핵심사업인 용산 정비창 사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한강로 주변에는 100층 규모 건물 조성계획도 있다. 이같은 사업들이 백지화 되지 않더라도 대폭 축소되거나 아니면 윤 당선인의 임기 동안 사업 착수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국가 경쟁력에 저해를 줄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명훈 한양대 교수는 "한강로 일대는 용산공원 건립 이후 국내 주요 업무지역이 될 수 있는 위상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이 곳에 대한 적절한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금싸라기 땅을 허투루 사용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의 알력도 예상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한강변 35층 층수제한을 해제하고 고층 건물을 지어 서울의 도시계획을 바꾸겠다는 뜻을 잇따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오 시장이 꼽고 있는 핵심 지역인 한강로 주변에 사실상 층수 제한이 설정된다면 오 시장의 '대계'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 오 시장은 지난 19일 윤 당선인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숙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자료=서울시·용산구] 2022.03.21 donglee@newspim.com |
◆ '2㎞룰'이 개발 사업운명 가를 듯...청파동·원효로 맑음 삼각지 흐림
윤 당선인이 분명히 밝힌 만큼 추가 규제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은 나온다. 하지만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엄격한 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론되고 있다. 즉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가 강남 집값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로 강남권 재건축을 심의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법은 없어도 개발사업을 반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방부 주변은 특별한 규제가 없음에도 개발사업이 50년 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개발사업의 향방을 결정 짓는 것으로 반경, 즉 직선거리 2㎞ 이내를 들고 있다. 현행 청와대 주변 건축 및 높이 제한이 적용되는 범위가 반경 2㎞ 이내다. 이에 따라 이 범위 안에 있는 지역은 개발사업이 제한될 수 있을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한강로 일대는 도심부에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직선거리 2㎞ 이내에 다수의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방부와 인접한 삼각지역 부근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과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이다. 이 밖에 후암특별계획구역과 청파1·2구역, 신용산북측구역, 효창공원앞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으며 원효로에서도 노후 주택을 다시 지으려는 개발사업이 자체·공공 재개발 및 신통기획 등으로 추진되고 있다.
가장 근접한 삼각지역 부근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의 경우 35층 주상복합 3개 동, 150실의 업무시설 1개 동으로 재개발할 예정이며 국방부와 더 인접한 한강로1가 158번지 일대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도 재개발 후 지상 38층, 총 5개 동의 아파트 497가구와 오피스텔 388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들 사업지는 준주거지역으로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2㎞ 이내에 있는 사업지구라도 서울의 주간선도로인 국방부와는 한강로와 경부선 철도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원효로, 청파동 등은 다소 자유롭다. 또 용산공원을 사이에 두고 있는 후암특별계획구역을 비롯한 서울역 주변도 개발사업에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국방부와 인접해 있는 삼각지 일대나 도로, 철도 등으로 이격돼 있지 않은 한강로1가 주변 개발사업지는 유형무형의 타격을 받을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역대 가장 최소 표차로 당선된데다 의회 권력도 없는 대통령인 만큼 개발사업을 규제하거나 국방부 주변 주민들을 불편하게 만들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다"며 "다만 건축규제 등에서 인접한 지역인 삼각지역 부근의 경우 재산권 행사에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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