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집무실에 국정과제 보고까지 연쇄 갈등
'선 회동', 톱다운 방식 해결방안 모색 필요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 정권 이양을 둘러싼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측의 갈등이 유례없는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 참모간 날선 공방에 이어 24일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직접 현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해 진영싸움으로 비화하는 듯한 양상이다.
여기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검찰개혁 등으로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해 신구정권 대치 상황을 더욱 살얼음판으로 밀어넣었다.정치권 안팎에서는 깊어지는 감정의 골을 메울 수 있는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윤 당선인과의 회동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 "답답해서 한 말씀드린다"며 작금의 상황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하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윤 당선인에게 공개 제안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씀을 그대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당선인측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이른바 '윤핵관(윤 당선인 핵심관계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또 회동이 지연되는 것도 자신의 뜻과는 다른 절차나 의제같은 논의 때문이라는 시각이 깔렸다.
[서울=뉴스핌] 대통령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
청와대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원하는 문 대통령의 심중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윤 당선인측으로서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 당장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당선인의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나아가 "정부 인수인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이 긴요한 때 두 분의 만남을 '덕담 나누는 자리' 정도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인사문제와 관련 "대선이 끝나면 가급적 인사를 동결하고,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인사들과 함께 새로운 국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자 순리"라며 "당선인의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일갈했다.
윤석열 당선인도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원칙적으로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조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1년 9개월여 만의 회동을 두고 이목이 집중됐으나 양측은 실무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청와대 모습. 2022.03.16 yooksa@newspim.com |
윤 당선인은 나아가 "당선인이 집을 산 사람이라고 한다면 부동산 매매계약서에다 대금을 다 지불한 상태 아니냐. 등기 명의 이전한 거고 명도만 남아있는 상태"라며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있더라도 들어와 살 사람 입장을 존중해서 집을 고치거나 이런 건 잘 안 한다"고 비꼬았다. 전날 청와대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선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불편한 심경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감정섞인 공방 속에 이날 오전 인수위는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하는 사례가 드문 일이 벌어졌다. 인수위는 박범계 장관의 법무부를 향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다" 등 격한 표현을 쓰며 압박했다. 보고절차는 내주초 다시 열릴 예정이지만 현 정권의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법무부와 수사 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권 부여 등 '윤석열발(發) 검찰개혁'의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순탄한 정권이양을 가로막는 뇌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신구정권이 정권이양 과정에서 일부 갈등은 있겠지만 정치인 사면, 인사권에서 시작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부처 업무보고까지 총체적 갈등 양상이 공개되는 것은 초유의 모습"이라며 "두 진영의 원로 등이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을 먼저 주선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선(先)회동'을 강력히 주장했고 윤 당선자도 인사문제가 조율돼야 문 대통령과 회동할 수 있는 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회동 문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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