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원 단백질 직접 주입해 항체 생성 유도…효과·안전성 비교 우위
[편집자]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힙(hip)' 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첫 국산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바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 이야깁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GBP510에 대한 국내 보건당국의 신속 허가를 받고, WHO PQ(Pre-qualification, 사전적격성평가) 인증과 해외 국가별 긴급사용허가을 획득한다는 목표입니다.
임상 3상이 순항 중인 가운데 임상1·2상 결과도 성공적으로 확보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고려대 구로병원 등 14개 기관에서 건강한 성인 328명을 대상으로 GBP510을 투여하는 임상1·2상을 진행한 결과 면역증강제를 함께 투여한 투약군 99% 이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임상 단계별로 봤을 때, 일반적으로 1상이 소규모 안전성, 2상은 중규모 안전성 및 약효, 3상은 대규모 안전성 및 약효를 평가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1상과 2상의 중간데이터를 확보한 후 바로 3상에 돌입했습니다. 팬데믹 상황이라 전세계 모든 백신이 정식 수순이 아니라 이처럼 긴급 수순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죠.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이 백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이 이르면 올 하반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그것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하나둘 흘러나옵니다. 지금껏 접종해온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보다 예방효과가 뛰어날지 궁금한 것이지요.
약효는 완성된 백신이 나오고, 실제 접종 결과를 받아봐야 알 수 있겠지요. 다만, 백신의 제조 방법에선 차이가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은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지원받고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와 공동 개발한 합성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입니다.
합성항원 방식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일부 단백질을 뽑아내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것입니다. 항원 단백질을 만들어 그대로 주입, 체내에서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것이지요. 그만큼 효과가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B형 간염, 대상포진, 자궁경부암 백신 등에서 오랫동안 쓰인 기술로, 안정성이 검증된 방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목받은 mRNA(메신저 리보 헥산) 방식에 비해 더 안전하다는 얘기지요. 다만, 개발 기간은 오래 걸립니다. mRNA나 바이러스 벡터, DNA 방식 등 이른바 '헥산 기반' 백신은 항원의 유전자의 형태만 파악하면 합성할 수 있어 빠르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에서 추출한 항원 유전자를 그대로 투여해 몸 안에서 항원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게 mRNA백신이라면, 합성항원 백신은 바이러스의 항원 유전자를 세포에 주입해 단백질로 만든 후 투약합니다. 이 때 단백질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해 시간이 더 걸리게 됩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바이러스 벡터 방식과 화이자, 모더나의 mRNA 방식의 백신이 먼저 개발됐고, 물질 도출에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합성항원 방식 백신들은 노바백스 등에서 그보다 늦게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합성항원 방식 백신의 경우, '재조합 항원 단백질'만으로는 면역반응이 낮을 수 있어 보통 면역증강제를 포함하게 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GBP510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증강제(Adjuvant) 'AS03'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GBP510은 세계적 항원디자인 연구소인 미국 워싱턴대학 IPD가 면역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며 "GBP510의 '수용체 결합 단백질'(RBD)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 IPD의 '자체 결합 나노입자'(Self Assembly Nanoparticle) 디자인 기술이 적용됐고, 안정적으로 구조화된 RBD 나노입자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중화항체를 유도하고 바이러스 증식을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합니다.
합성항원 방식의 백신은 보관이나 취급에서도 유리합니다. mRNA 방식의 백신은 불안정한 상태의 mRNA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냉동 보관이 필수적인 반면 합성항원 백신은 섭씨 2~8도 수준에서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즉, 기존 백신 물류망을 활용해 유통할 수 있고 장기보관도 가능해짐으로써 광범위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방역당국 측은 첫 국산 백신 상용화와 관련해 "이번에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개발 중인 백신은 기존 B형간염 백신 등에서 사용 중인 방식으로 장기간의 안전성이 확보된 기술"이라고 하면서 "최종 허가가 난다면 더 안전한 백신을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습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