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제출한 휴대전화 속 문자는 위법수집증거"
'윤중천 엄벌' 청탁 명목 금품수수 남성은 집유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건설업자 윤중천(61) 씨와 내연 관계에 있던 여성 사업가가 교제하던 남성의 내연녀에게 불륜을 폭로하겠다며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최병률 원정숙 정덕수 부장판사)는 13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모(61) 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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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요 증거이자 권씨가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수사기관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확보한 휴대전화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해당 휴대전화에서 나온 문자 증거에 대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다.
2차적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공동공갈의 공소사실은 검찰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은 이유인 윤중천 씨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동영상과 관련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권씨와 내연 관계에 있던 최모(63) 씨의 공동공갈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권씨에게 윤씨가 엄벌 받도록 해주겠다며 경찰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최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 "해당 문자메시지가 발견되기 전 이미 검찰에서 두 피고인의 관계나 돈을 주고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 사건 수사가 꼭 문자메시지로 인해 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변론에서 나타난 양형자료를 종합해보면 당심에서 형량을 변경할 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고 원심에서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이지 않아 1심 형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권씨는 지난 2012~2013년 경 최씨와 공모해 최씨의 전 내연녀 A씨를 상대로 '남편에게 불륜관계를 폭로하겠다'고 겁을 줘 7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A씨로부터 3000만원을 더 받아내기 위해 A씨를 협박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최씨는 2012년 경 권씨로부터 '윤중천 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어 수사 중인데 엄벌을 받아야 피해를 변제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권씨에게 "윤씨가 엄벌 받도록 해 주겠다"며 경찰 로비 명목으로 총 3000만원을 받아 처제 명의 계좌에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범행은 검찰이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전 의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별장 성접대' 첩보를 받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권씨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디지털포렌식 분석하는 과정에서 공갈 관련 문자메시지를 발견해 2019년 이들을 기소했고 곽 전 의원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1심은 "권씨는 해당 직권남용 사건의 피해자로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한 것"이라며 "이 사건은 곽 전 의원과 관련이 없고 특히 휴대전화에 담긴 정보는 내밀한 사생활에 관한 것이므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들의 공동공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최씨에 대해서는 "경찰에게 사건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권씨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점이 인정되고 수사의 불가매수성을 훼손시킨 중대한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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