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차미'가 SNS 속 가짜를 통해 현실의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초라한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허상을 좇는 이들에게 진짜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
현재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뮤지컬 '차미'가 공연 중이다. 2020년 초연 이후 유주혜, 이아진, 홍나현, 이봄소리, 정우연, 홍서영, 이채민, 조풍래, 안지환, 기세중, 황순종, 박영수, 차서원, 고상호, 진태화까지 다양한 배우들이 함께 모였다.
2022 뮤지컬 '차미' 공연 장면 [사진=PAGE1] |
◆ "피식" 웃음 유발하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설정 돋보여
극중 차미(홍서영)는 스스로를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차미호(유주혜)가 불러낸 완벽한 캐릭터다. 스스로 얼굴을 깎고 몸매를 보정하고, 보기 좋은 것들로만 치장해 SNS 속 인물을 만들어냈다. 어느 날 그 차미가 핸드폰의 균열을 통해 현실로 나오고 미호 대신 취업, 연애 등 현실 문제를 해결해준다. 미호는 그런 차미가 고맙지만 어쩐지 세상에서 지워지는 기분이다. 가짜 차미호인 차미와 연애하는 진혁(차서원)은 어딘가 의뭉스러운 면이 있다. 차미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고대(기세중)의 정체도 수상쩍긴 마찬가지다.
차미호 역의 유주혜는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인물로 무대에 선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의 모습이다. 안정적인 연기력과 탄탄하고 고운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극의 전개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취업에 실패하고 사랑 앞에 용기가 없는 흔한 대학생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바로 나 자신의 못난 단면을 보게 된다.
2022 뮤지컬 '차미' 공연 장면 [사진=PAGE1] |
모든 것이 완벽한 차미 역의 홍서영은 사랑스럽고 능청스럽다. 완벽한 미모와 몸매를 갖춘 차미는 계속해서 미호를 기죽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미호를 위해 역할을 한다. 누구나 차미를 보며 저렇게 되고싶다고 생각할 만큼 쿨한 매력이 가득하다. 고대 역의 기세중은 뛰어난 가창력과 몸연기로 캐릭터에 100% 녹아든다. 차서원이 연기하는 진혁은 알 수 없는 4차원 매력으로 객석을 시종일관 빵 터지게 만든다.
◆ SNS 중독이 넘치는 시대…나를 알아가고 사랑하기 위해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는 청춘들의 이야기 속, 외모나 남들의 평가에 얽매이지 말고 나를 더 사랑하고 아껴주잔 메시지는 빤하다. 모두가 내가 꿈꾸던 존재 '차미'를 상상하고 무대 위 미호에게 스스로를 대입해본다. 그가 느끼는 설렘, 주저, 절망, 희망까지 고스란히 객석에 전달된다. '옹고집전'의 내용을 가짜 나와 진짜 나의 존재와 연결시킨 서사도 꽤나 신박한 감상을 선사한다.
2022 뮤지컬 '차미' 공연 장면 [사진=PAGE1] |
랩 배틀, 최신 온라인 유행어들을 동원하거나 예상할 수 없이 등장하는 우스꽝스러운 포즈는 '차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빤하고 조금은 어두울 수 있는 주제를 유머로 풀어냈다는 점도 '차미'의 강점이다. 뻔뻔하리만치 능청스러운 얼굴로 예쁜 척, 멋진 척에 열중하거나 몸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열정이 매 신에서 빛난다. 오는 7월 16일까지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