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이비인후과 원장, 경찰 등에 손배소
하급심서 청구 모두 기각...대법, 원심 확정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수사 기관이 압수수색 대상자로부터 동의를 받았다면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실제 거주지에 대해 압수수색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강남 이비인후과 원장 A씨가 경찰과 KB손해보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상고심을 열어 상고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KB손해보험은 2015년 12월 해당 병원이 환자에게 할인한 금액을 지급하고, 할인되기 전 금액을 기재한 영수증을 발행해 보험사에 과도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했다며 서초경찰서에 제보와 함께 A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이 사건 병원에서 미용목적의 수술을 하면서 치료 목적의 수술인 것처럼 허위의 사고발생일을 기재한 진단서 등을 발급하고, 입원이 필요없는 환자에게도 입원을 종용하는 등 보험사기의 혐의가 있어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신청서를 작성해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영장 신청서를 법원에 청구했고, 법원은 A씨의 거주지 및 병원 등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그런데 A씨는 영장에 기재된 주소가 아닌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에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A씨에게 실거주지를 물어본 뒤, 또 다른 경찰이 실거주지의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후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사기, 허위진단서작성, 허위진단서행사, 의료법 위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조사받았으나 2016년 7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 KB손해보험은 A씨를 허위진단서 등 이유로 고발했지만 이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와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총연합는 서초경찰서 경찰과 KB손해보험 직원 B씨 등을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동행사죄, 공무원자격사칭죄 등 혐의로 고발에 나섰다. B씨는 경찰로 재직하다가 2006년 10월 퇴직 후, KB손해보험에서 근무하며 보험사기 조사업무 등을 담당했다.
B씨는 공무원자격사칭죄로 약식기소돼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당시 원고의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는데 실제 원고의 거주지는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장소가 아니어서 위 압수수색영장으로는 원고의 실거주지를 압수수색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원고의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러 간 또 다른 사람에게 압수수색을 지시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115조 제1항은 압수수색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영장집행과정에서 경찰관이 아닌 자의 참여여부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고 현실적으로 영장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 전문적 지시을 가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영장집행단계에서 경찰관이 아닌 자가 동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장집행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항소에 나섰으나 2심 재판부도 기각했다. 대법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은 "이 사건 영장에 원고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음에도 그 주소가 잘못 기재됐을 뿐인 상황에서 피고가 형식적으로나마 원고의 동의를 받고 압수수색을 했다면, 피고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를 했다거나, 인과관계가 있는 원고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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