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판매 부진의 늪에 빠졌던 중국 자동차 시장이 날갯짓을 시작했다. 생산량과 판매량 모두 4월 바닥을 찍은 뒤 5월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다만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신규 확진자가 추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여전한 상황인 만큼 자동차 업계의 급반등을 기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8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이하 협회)는 중점 자동차 기업들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5월 자동차 판매량이 176만 6500대에 이를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06% 감소한 것이지만 전월인 4월 대비로는 49.59%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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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승용차연석회의는 같은날 5월 중국의 승용차 판매량이 135만 4000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한 것이지만 전월 대비로는 29.7% 늘어난 것이다.
추이둥수(崔東樹) 전국승용차연석회의 의장은 "5월 생산량과 판매량 모두 전월 대비 개선됐다"며 "전염병 확산 여파로 차질을 빚었던 수입 부품 부족 문제가 완화되고 상하이를 포함한 창장(長江) 삼각주 지역의 국산 부품 공급망이 정상화하면서 5월 생산 능력 회복 속도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4월은 중국 자동차 업계에 있어 최악의 시기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확산한 여파로 주민 소득이 불안정해진 데 더해 일부 지역의 봉쇄 조치가 주민 외출 및 소비에 영향을 주면서 생산량과 판매량 모두 급감했다.
전국승용차연석회의에 따르면 4월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104만 200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5.5%, 전월 대비로는 34% 감소한 것으로, 3월 말부터 봉쇄에 돌입했던 상하이 지역의 판매량은 '제로'였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자동차 생산량 및 판매량은 각각 120만 5000대, 118만 1000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09%, 47.6%씩 감소한 것이다. 특히 4월 판매량이 120만 대 수준으로 감소한 것은 최근 10년래 처음이다. 4월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1~4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협회는 "중국 자동차 업계는 4월 들어 유사 이래 가장 냉혹한 시험을 받았다"며 "일부 기업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물류·운송이 상당한 장애물을 만나면서 생산 및 공급 능력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추이 의장은 "상하이 지역 부품 업계의 파급력이 두드러진 데 더해 일부 수입 부품들도 코로나19로 인한 부족 현상을 빚었다"며 "창장(長江)삼각주 지역의 중국 국산 부품 공급업체들이 제때 제품을 공급할 수 없거나 일부 업체들은 조업을 전면 중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물류 효율 저하, 운송 시간 장기화 등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4월 자동차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남은 하반기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5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관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단기적인 급반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배제할 수 없다.
낙관론을 펼치는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세 진정에 따른 기업 생산 및 조업 정상화,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 정책을 근거로 꼽는다. 중국 국무원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경제 안정 33개 대책' 중 소비 및 투자 촉진 부문에는 자동차 산업 지원 정책이 우선적으로 언급됐다. 각 지역의 자동차 구매 제한 규정을 완화하고 자동차 취득세를 단계적으로 낮춰 총 600억 위안의 세금을 감면할 것이라는 게 골자다.
중앙정부 방침에 따라 각 지방정부들도 속속 자동차 소비 촉진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올들어 20여 개 성(省)·시(市)급 정부가 소비쿠폰과 보조금, 자동차 구매쿼터 확대와 같은 자동차 소비 장려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이 의장은 "전염병 상황이 정점을 지나면서 기업 조업이 점진적으로 재개되고 있다"며 "6월 승용차 생산능력이 대폭 강화되면서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상반기를 순조롭게 마무리지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추이 의장은 "중국 당국이 자동차 취득세 감면 정책을 발표한 데 더해 남은 7개월 소비 진작 조치가 잇따를 것"이라며 "이에 힘입어 승용차 판매량이 200만 대 가량 늘어나고 올 한해 판매량이 2100만 대에 달할 것이다. 연간 판매량이 다시금 플러스 증가세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또 다시 집단 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재봉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이 자동차 업계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두 달간의 봉쇄를 해제하고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던 상하이는 일부 지역에 한해 코로나19 전수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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