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입맛에 맞는 얘기만 들어선 안돼
[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지난 5년간 핍박을 받았는데 앞으로 5년을 또다시 그리 보낼 수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건설부동산 분야를 잘 알지 못했던 기자는 업계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얘기를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해 전문가적 관점에서 의견을 표현하는 일에 정치논리가 개입될 줄 몰랐다고 한다면 지나치게 순진하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기자는 지금껏 주택 구입은 물론이고 전세 계약 하나 스스로 해본 적 없는 부린이(부동산+어린이)다. 부동산 투자는 아예 꿈도 꾸지 않았으니 정확히 말해 '부동산 공부 초보자'라고 할 수 있다.
'기자'의 장점은 모르는 게 있으면 누구에게든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분야 지식이 부족한 기자 역시 기사를 쓰기 위해 관련 서적을 참고할 때도 있지만 상당 부분 전문가에게 의지하고 있다.
김명은 건설부동산부 기자 |
그런데 최근 부동산 이론과 실무에 능한 한 전문가로부터 기사에 들어간 자신의 코멘트를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정부 입장에서는 표현이 좀 지나치다고 느낄 수 있으니 순화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역시도 전 정권의 '홀대'를 경험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처음엔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전문채널에 패널로 출연하는 정치평론가도,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폴리페서(polifessor)'도 아닌데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실제로 정권 교체기를 전후해 '모 교수가 전 정부 주택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맡고 있던 자리에서 밀려났다' 등의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부동산 분야도 기본적으로 시장의 원리가 작동되기 때문에 전문가 의견에 정치나 진영논리가 개입될 여지가 크지 않을 거라고 봤다. 물론 주택의 경우 다른 재화와 달리 단기적으로 공급이 비탄력적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어 정통적인 경제학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또 한정된 필수재이기 때문에 투기 방지 대책 등이 필요하고 정권에 따라 정책 기조가 바뀔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부동산 분야에 정치적 진영논리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해선 안 될 일이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과거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말로 비웃음을 산 적이 있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힘든 현실을 토로한 것으로 이해해줄 수도 있는 표현이었다는 견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부동산 민심이 워낙 나빴던 데다 이미 부동산 이슈가 정치 쟁점화된 상황이어서 풍자와 비난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당시 야당도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거세게 공격했었다.
그런데 또 한 편에서는 정부 정책을 비판한 전문가들을 배척했다는 얘기가 들려오니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정치 뿐 아니라 부동산 분야에서까지 진영논리가 강화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온 나라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반으로 쪼개져 서로 반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내편, 네편' 가리지 않고 합당한 의견이면 누구의 목소리든 경청해야 한다. 이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국토부는 최근 '250만 가구+α 주택공급 계획' 수립을 위해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주택공급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다. 혹여나 정부 입맛에만 맞는 인사들로 편향된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뒤따르지 않도록 정책 책임자들이 더욱 균형된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전문가도 품을 수 있는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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