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어피너티 컨소시엄 분쟁 '화근'
"예초부터 상장조건 안 돼…증시 입성 난관"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세번째 기업공개(IPO) 도전에 나선 교보생명이 주주간 경영권 분쟁에 발목이 잡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에 또 다시 실패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증시 입성을 위해 직접 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에 참석해 상장 적격성을 피력했지만 2대 주주인 사모펀드와의 분쟁이 발목을 잡히면서 삼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증권업계는 증시 입성에 필수적인 경영권 분쟁‧안전성 확보와 더불어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충족 등에 대한 기준을 충족시키기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7.11 ymh7536@newspim.com |
◆ 삼수 끝에 거래소 문턱서 좌절…질적심사기준 미달로 탈락
업계는 교보생명의 상장실패를 예견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질적심사기준의 경영환경 부문에 명시된 '소송이나 경영권 분쟁 등으로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주주간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경영의 안정성이 저해되지 않을 것' 등의 조항에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교보생명과 FI(재무적투자자)간 소송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12년 어피너티·IMM·베어링PE·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교보생명에 대한 지분 투자가 화근이 됐다.
어피너티는 당시 대우인터내셔널 보유 지분 24.01%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다. 더불어 2015년 9월까지 IPO가 성사되지 않으면 해당 지분을 신창재 회장이 되사는 것을 골자로 한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보험 업황이 악화 일로를 걸으며 교보생명은 약속한 시한까지 상장하지 못했다. 신 회장은 2018년 하반기 IPO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어피너티가 주당 40만9000원에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결국 주주 간 분쟁은 국제 중재 소송으로 이어졌다. 지루한 공방은 3년간 이어졌다. 지난해 9월에는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이 어피너티 풋옵션 행사가격은 무효라며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IPO는 답보 상태를 이어갔다. 상장주관사로 이어온 NH투자증권이 8년간 곁을 지켰지만, 거래소가 교보생명의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시계 제로가 됐다.
관련 업계는 일찌감치 이번 상장예비심사의 결과를 내다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질적요건이라지만 거래소가 교보생명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는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 "주주간 갈등 봉합 이후에도 수년간 상장 어려워"
신 회장은 예비심사 당일 거래소에 직접 찾아 분쟁 해결 의지를 내치쳤지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의 핵심 요소인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거래소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며 "만약 통과됐다면 특히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이를 조기에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증시 입성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불확실성과 FI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증시입성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IPO 고위 관계자는 "FI와의 중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이를 해결된 때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교보생명의 이번 심사 청구는 어디까지나 2대주주에게 보여주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하나의 절차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소가 상장을 거부한 내용 중 경영의 안정성‧분쟁은 기본적인 조항임에도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상장을 진행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FI간 소송이 끝난다고 해도 각종 문제가 산적된 만큼 수년간 증시 입성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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