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교통방해 혐의로 용산서 출석
엘리베이터 미비 지적하며 조사 거부
오는 25일 종로경찰서 자진 출석 예정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경찰에 자진 출석했으나 조사를 거부하고 돌아갔다. 이들이 출석 후 조사를 거부한 것은 지난 14일 이후 두 번째다.
전장연은 19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했다. 이날 이들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공문을 전달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기차·선박 등의 교통방해 등 혐의로 조사를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용산경찰서가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 특히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오늘은 조사를 거부하고 설치되면 그때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시위 도중 위법 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자진출석을 하고 있다. 2022.07.19 pangbin@newspim.com |
앞서 경찰은 조사를 위해 1층에 조사실을 따로 마련했다. 이에 대해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저희는 1층에 조사실을 마련하길 요구한 게 아니라 24년째 지켜지지 않는 법률적 위반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라며 "국가가 법을 지키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이들이 조사를 받기로 한 6개 경찰서 중 3개 경찰서(혜화·용산·종로)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다. 이중 혜화경찰서의 경우 지난 14일에 이미 전장연 측이 자진출두했으나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하고 돌아간 바 있다.
박 대표는 "편의증진법이 개정된 지 2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며 "오래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없다고 변명하지만 24년 동안 장애인의 주권을 보장하지 않는 경찰서를 그대로 방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용산경찰서의 시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은 "올라 올 때 경사로가 너무 가팔라 잘못하면 휠체어가 뒤로 넘어질 수도 있었다"며 "조사 받으러 오라고 할 땐 최소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시위 도중 위법 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경찰서 내 엘리베이터 미설치 등 장애인 편의시설 미확보 등의 이유로 수사를 거부하는 공문을 전달하고 서를 나서고 있다. 2022.07.19 pangbin@newspim.com |
앞서 김 청장은 지난 6월 20일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언급하며 "지구 끝까지 쫓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이들은 김 청장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프린트물을 경찰서 유리문에 붙여 경찰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저희는 자진 출두하겠다고 명백히 밝혔고 지금까지도 경찰과 모든 재판에 한 번도 도망가지 않고 법대로 다 처벌을 받았다"며 "그럼에도 그런 용어를 사용하며 흉악범 취급하고 겁박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및 복지예산보장을 주장하며 152일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삭발투쟁도 73일째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 조사를 위해 오는 25일 오전 10시에 종로경찰서에 출두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전장연이 지적한 혜화·용산 등의 경찰서는 신축하면서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용산에 대통령 집무실을 지으면서 신축이 취소됐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확인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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