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증언하지 않겠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의 권리를 행사하겠습니다"
지난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 재판에 차례로 증인으로 출석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이종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관련 사건으로 고발됐다는 이유를 들며 이 같은 답변을 반복하다 돌아갔다.
이성화 사회부 기자 |
이들을 보고 떠오른 것은 2020년 9월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이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이 법정 피고인은 제 배우자이며 저는 배우자의 공범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무려 5시간 동안 검찰의 300여개 질문에 일일이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고만 했다.
물론 본인이나 가족이 형사처벌을 받을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증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원칙적으로 포괄적 증언거부가 허용되지 않아 증언 일체를 거부할 수 없고 준비된 신문사항마다 증언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이 경우 준비해온 질문을 하는 검찰과 변호인, 똑같은 답변을 반복하는 증인, 듣고 있는 재판부와 방청객 모두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기 보다는 시간만 허비한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전 정부 고위 공무원이던 이 전 비서관과 검사장까지 지낸 이 연구위원은 간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내용조차 답변을 거부하며 침묵을 이어나갔다.
이 전 비서관은 재판장이 "본인의 형사처벌과 관련된 질문이 있으면 재판부에 이야기하고 증언을 거부할 수 있고 증언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대로 진술하면 된다"고 고지했지만, 민정비서관 근무 경력을 묻는 질문 하나에 "네"라고 대답했을 뿐 이어지는 질문에 모두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연구위원 또한 "현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나",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 당시인 2019년 3월 법무부 장관 정책 보좌관이었나" 등 직책에 관한 질문에도 증언을 거부했다.
관련 사건으로 고발돼 수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이들이 법정에서 무조건 침묵하는 것만이 과연 최선일까. 법정에서 증인을 마주하는 재판부나 재판 내용을 접하는 국민 앞에서 밝힐 수 있는 것은 밝히는 모습을 기대하기 힘든 것일까. 적어도 나랏밥을 먹은 공직자로서는 "증언하지 않겠습니다"는 부끄러운 모습임이 분명하다.
반면, 대장동 사건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은 재판마다 자신의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재판에서 검찰이 "하나은행을 상대로 컨소시엄에서 잔류하기를 부탁하거나 압력을 가한 사실이 있나"라는 질문에 곽 전 의원은 "영향력을 행사한 바 없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며 대답하는가 하면, 재판 중에 "답답해죽겠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20일 오후 열리는 곽 전 의원의 대장동 사건 재판에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의 당사자인 곽 전 의원의 아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이 "증언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할지, 성실히 증언할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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