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전쟁, 러-우크라 경제 리스크의 최소 10배
"미군, 대만 반도체 제조시설부터 선제 파괴"
전문가들 "習, 2020년 중후반 업적 달성할 가능성"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국이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끝낸 후에도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 6일부터 오는 15일까지 황해(서해) 수역과 보하이(渤海) 연안 일대에서 해상·공중 훈련에 돌입한 것인데 대만 육군도 9일부터 11일까지 남부 핑둥(屛東)현 인근에서 155㎜ 곡사포 78문과 120㎜ 박격포 6문을 동원한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실시한다.
대만의 맞불 훈련은 중국의 훈련 구역과 겹치진 않지만 우발적 충돌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실시된 군사훈련의 경우 중국의 여러 대만 침공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전문가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만을 6면에서 포위해 고립시켜 큰 무력 충돌 없이도 대만을 장악한다는 구상이다.
중국이 실제로 대만을 침공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충격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이 민주주의 정부의 대만을 지지한다고 말하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변경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대(對)중 외교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 국기 위에 비치는 군용기 일러스트 이미지. 2021.04.09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미·중, 대만 놓고 충돌시 세계 경제 '대공황'
대만 통일은 중국의 오랜 염원이다. 8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 수석 칼럼니스트 릭 뉴먼은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 강제 병합을 추진한다면 세계 경제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우크라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주도했는데 미국-러시아의 연간 교역 규모는 360억달러, 미국-우크라 교역은 40억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경우 6560억달러에 달한며, 2400만 인구의 대만과는 연 1140억달러다. 단순 수치상으로만 봐도 미국의 중국·대만 교역 규모가 러시아·우크라 대비 10배가 넘는다.
만일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에 개입한다면 미·중 경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군이 개입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우리가 한 약속"이라고 답변한 바 있는데 실현된다면 경제 재앙(catastrophe)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미국 싱크탱크 란드(Rand)는 미·중이 참여하는 대만 전쟁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23조달러(약 3경17조원)의 5%가 증발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후퇴다. 지난 2009년 9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대침체' 때도 마이너스(-)2.6%에 그쳤다. 당시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고점에서 55% 폭락했는데 미중 전쟁이 발발하면 이는 '새발의 피'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17조달러 규모 경제도 최대 25% 폭락할 것이라고 란드는 예측한다. 미국의 경제 제재와 대만의 중국 인프라 공격, 전쟁 장기화에 따른 비용과 미국·국제사회 체제에서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등 잠재적 여파를 반영한 추산치다.
무엇보다 대만은 국가 존립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란드는 말한다. 무려 45%의 GDP(6700억달러)가 사라질 것이며 세계 반도체 업계가 위험에 빠진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를 둔 대만은 반도체업 방위에 안간힘을 쓸 테지만 중국이 가장 먼저 노리는 것도 반도체 기술이기 때문에 미국이 선제적으로 반도체 팹(fab·제조시설)을 파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허버트 린 미 스탠포드대 국제 사이버 정책·안보 전문 박사는 "미국과 서방 입장에서 대만 반도체 공장을 포격하는 것이 중국의 손에 넘어가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징 신화사=뉴스핌] 주옥함 기자=중국 인민해방군이 4일 대만 인근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중국군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4일부터 대만 인근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22.08.04 wodemaya@newspim.com |
◆ 중국이 대만 침공할까? 전문가 "2020년대 중후반"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할 브랜즈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교수와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대만 전쟁이 터지면 "경제 충격은 재앙적일 것"이며 "세계 대공황은 기정사실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중국이 언젠가 대만을 강제 병합할 것이며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난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쓴 기고문에서 브랜즈와 베클리 박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대만을 해방시키는 과업을 다음 세대로 미뤄선 안 된다고 거듭 말해왔다"며 "2020년 중반이나 2020년 후반에 그가 이 업적 달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사이버전(戰)과 연이은 군사훈련으로 대만의 교역을 불안정하게 하고 고립시키는 이른바 '그레이존'(gray zone·어느 것도 아닌 불분명한) 전술로 대만 편입을 꾀할 수 있다. 미국도 러-우크라 전쟁처럼 군 파병 없이 대만에 군사적 지원만 하는 형태로 직접 충돌을 피하려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최근 대만 방문은 자칫 중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기존의 대만 외교 정책에서 '명확성'으로 미국이 점진적인 현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중국에 심어줄 수 있다.
야후파이낸스의 뉴먼은 "과거 정치 분석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분노와 제재 위험을 무릎쓰고 우크라를 침공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들이 틀렸다고 입증했다"며 "중국이 대만을 실제로 침공하기 전까지 걱정할 것은 없지만 침공한다면 이 모든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