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을 공급하겠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시한 새 정부 첫 주택공급대책의 방향성은 뚜렷했다. 수요에 맞는 공급과 민간 활력 회복이다. 그 일환 중 하나가 공공택지사업에 수반되는 광역교통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것이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이 요구하는 대규모 인프라를 신속하게 구축하기 위한 실행방안인 셈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일관했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시장 요구를 수용해야만 했다.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것은 전 정부의 실책을 보완하기 위한 필수 과제였다. 택지공급 속도에 맞게 교통 인프라를 건설한다는 전 정부의 기조도 계승·발전시킬 숙제였다.
문제는 수요에만 집중한 결과 수도권 집중이 심화할 수밖에 없어졌다는 것이다. 당장 국토부가 기획재정부와 합의한 예타 면제의 혜택은 대부분 수도권에 돌아간다. 광명시흥, 의왕군포안산, 화성진안 등 이번 결정이 적용되는 사업지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어서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는 가구 기준 총 24만1000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은 5만1000가구로 수도권의 5분의 1 수준이다. 지구 수로는 5개로 모두 1만가구 안팎의 소규모사업이다. 당연히 예타가 적용되는 광역교통사업은 전무하다. 비수도권은 이번 예타 면제를 전혀 적용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내년까지 추가로 선정할 15만가구 규모의 공공택지 후보지 역시 같은 흐름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어렵게 문을 연 국회 국토교교통위원회의 첫 국토부 업무보고는 의외의 상황이 연출됐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공격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대부분 의원들은 원 장관에게 협력과 도움을 요청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명분은 '균형발전'이었다. '"균형발전을 위해 우리 지역을 신경 써주세요."
업무보고 자리에 앉은 의원들은 물론 국토부 내부도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지역별 소원수리로만 볼 일이 아니라 국토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숙제를 안았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이번 대책의 핵심인 '수요를 좇는 공급' 기조만을 유지한다면 오히려 균형발전 요구를 역행할 수밖에 없다. 수요에 부흥하는 동시에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보완책을 동시에 생각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이전 정부의 과오를 단순히 수정하는 데 그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발 더 나아가는 정책방향을 세우고 균형발전 주무부처로 거듭나는 국토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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