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버지에 컵라면·햄버거 등만 제공…진료도 받지 않아
국민참여재판서 배심원 전원 유죄 평결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장애인 아버지를 4개월 동안 집안에 가둔 채 돌보지 않다가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사고사로 위장한 전 국가대표 출신 복싱선수에게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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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약 6년간 복싱선수로 활동했고, 2016년에는 청소년국가대표로 선발돼 훈련했다. 이후 모 대학교 체육학부에 입학했으나 미등록 제적됐고, 서빙이나 자재 운반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지내다 사건 당일까지 무직인 상태로 있었다.
A씨의 아버지 B씨는 알코올의의존증후군 및 뇌병변 등으로 편마비를 앓고 있던 장애인이었다. A씨는 대학 입학 후 주거지에서 오피스텔에서 혼자 거주하다가 부모가 협의이혼하고 형이 사기죄로 구속되자 주거지로 돌아왔다.
이혼 뒤에도 함께 지내던 모친이 주거지에서 나오자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A씨는 부친과 둘이서만 지내게 됐다. A씨는 B씨에게 컵라면과 햄버거 등 간편 음식만을 제공하고, 주거지 현관문 밖에 잠금장치를 해 B씨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받은 사실이 전혀 없고, B씨의 거동이 불편했음에도 사망 당시까지 단 한 번도 씻기지 않았다.
A씨는 다른 가족들 없이 B씨와 생활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지속해서 폭행을 가해왔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1월 3일에는 술에 취한 채 귀가해 주먹으로 B씨의 얼굴 및 몸통 부위를 수십회 때렸고, 넘어진 B씨의 몸통 부위 등을 수십회 밟고 걷어차 장기 파열 및 근육층 출혈 등 몸통 손상으로 사망케 했다.
A씨는 범행 직후 112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가 넘어져 사망했다며 범행을 감췄으나, 경찰은 5개월간의 수사를 통해 A씨가 사건 당일 B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그를 구속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폭행 및 살인 등을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다. 당시 배심원 9명 중 5명은 징역 7년, 2명은 징역 10년, 1명은 15년, 1명은 징역 16년을 선고해야 한다며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평결한 배심원 9명의 만장일치 의견을 반영해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계 존속을 살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범죄"라며 "B씨에 대한 가해행위, 횟수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존속살해죄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