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예상대로 파월 매파적" 한목소리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 의견도 분분
[실리콘밸리=뉴스핌]김나래 특파원=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잭슨홀 연설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더 강력한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경향) 본색'을 다시 드러냈다.
특히 빠른 통화정책의 완화 기대를 꺾고 성장을 제약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날 파월 의장의 연설이 상당히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 파월 발언에 투자 심리 냉각...파월 연설 월가의 평가는 '매파적'
시장은 이날 장 초반 파월 의장의 연설을 기다리며 보합권에서 움직였지만 파월 의장의 연설 직후 급하게 하락했다. 26일(현지시간) 이 시각 현재 12시 46분 현재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1.94%, 2.26% 하락 중이다. 나스닥지수는 2.75% 하락하고 있다.
다만 금리선물시장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소폭 낮아진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오는 9월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54.4% 반영하고 있는데 전날 64% 보다는 낮아진 수치다.
파월 의장 연설에 대해서는 매파적이라는 반응이 강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일정 기간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으며 경기 둔화를 피하기 어렵더라도 연준 목표치인 2%대 물가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강력한 도구를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잡는데는 불행히도 비용이 따른다"며 "물가 안정에 실패하는 것은 더 큰 고통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에 대해서도 "단 한 번의 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ING의 수석 금리 전략가인 앙투안 부베는 "예상대로 매파적이었으며 파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변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윌링턴 트러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크 틸리도 "파월의 발언이 매우 매파적"이었다면서 "파월이 진정으로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연준 펀드 선물 시장이 2023년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데 우리(연준)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블룸버그] |
◆ 9월 FOMC, 50bp vs 75bp 여전히 논쟁중
시장은 파월 의장의 연설을 통해 다음 9월 20~21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의 정책 결정에 앞서 결정적 힌트는 얻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해 50bp 또는 75bp 인상을 할 지에 대해 의견이 여전히 팽팽했다.
이날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는 급등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며 아직 50bp 인상의 불씨는 살아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1% 하락했다. PCE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팬데믹 초기인 2020년4월 이후 처음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6.3% 올랐으나 오름폭은 6월보다 둔화됐다.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50bp 인상론에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잭슨홀 연설에 앞서 힘을 실었다. 보스틱 총재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다음달 50bp포인트 금리인상 쪽으로 "살짝 기울어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이날 파월 의장의 연설에 앞서 발표된 인플레이션 지표 등의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월가에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50bp 인상론을 주장했다. 틸리 이코노미스트는 "9월 연준의 결정은 8월 인플레이션 데이터로 귀결된다"며 "연준이 50bp 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콜로니 그룹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리치 스타인버그도 "나는 (연설이) 크게 놀랍지 않았다"며 "연준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50bp 또는 75bp 등의 결정을 앞두고 앞으로 몇 주 동안 데이터를 확인할 것이라는 대화를 확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PCE에서 안도감을 얻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것을 보고 있는데 나는 오히려 연준은 너무 공격적이기보다는 너무 일찍 비둘기파가 될 위험이 훨씬 더 크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반면 로이터 통신은 연준 정책에 대한 기대와 관련된 금리 선물은 파월 의장의 연설 직후 하락했는데, 이는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3연속 75bp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파월 의장은 9월 금리 인상이 75bp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으며, 연준이 물가 안정이 그 범위에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긴축을 계속할 것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 전망에 대해서도 엇갈렸다. 먼저 파월의 발언처럼 섣부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앙투안 부베 전략가는 "다른 FOMC 위원들을 암묵적으로 (금리 인상 기조) 지지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내년에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벨로프 마켓 이코노믹 리서치 이사인 에릭 위노그레드는 "나는 그의 발언이 우리가 예상한 것과 일치하고 다른 연준 연사들이 지난 며칠 동안 말한 것과 일치한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이에 투자 관점이나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 시장은 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상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 뉴욕 캐피털 이코노미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퍼스는 "파월 연설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향한 기대치를 꺾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공무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빠르게 하락함에 따라서 우리는 연준이 2023년 하반기에 다시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