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원고 패소→대법서 파기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가혹행위 및 전역처분으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의 단기 소멸시효는 전역처분무효확인소송의 승소 판결이 확정됐을 때라는 대법원 판단이 다시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재연)는 7일 강제전역한 황 모 전 대령이 국가 상대로 가혹행위 및 위법한 전역처분 등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황 전 대령은 1973년 4월경 육군 3군단에서 근무하던 중 '윤필용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한 여죄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보안사로 불법 체포돼 고문과 폭행을 당하고,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후 석방됐다.
이후 전역처분을 받을 무렵 재차 불법 체포돼 고문과 폭행을 당하고 금품수수사실을 허위자백한 후 석방됐다. 이에 2016년 12월경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전역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해 이듬해 '가혹행위로 인한 강박상태에서 작성된 전역지원서에 기초해 이루어진 전역처분은 무효'라는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4월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소장)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이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황 전 대령과 그의 가족 등은 2018년 3월경 가혹행위 및 위법한 전역처분을 이유로 국가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1심은 청구 기각, 2심은 항소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보안사 수사관들의 황 전 대령에 대한 고의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도, 황 전 대령은 불법행위 당시인 1973년 4월경 가해자 및 손해발생 사실을 알았고 그로부터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이 경과한 후 제기됐기 때문에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은 그동안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그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안 때를 의미하고, 그 판단에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판시해왔기 때문이다.
황 전 대령이 2017년 승소판결 뒤, 2018년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기 때문에 손배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대법은 "전역처분무효확인소송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었을 때 비로소 전역처분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가혹행위 및 무효인 전역처분이라는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가혹행위 및 전역처분으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의 단기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기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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