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자 A씨, 채권 변제로 배상금 전부 소멸 주장
"반환가액 공제 초과분만 채무 소멸 주장 가능"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채무자가 고의로 숨긴 재산을 양도받은 수익자가 여러 명의 채권자 중 한 명에게 돈으로 배상하더라도 다른 채권자에 대한 변제 의무가 전부 소멸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4년 12월 B씨와 경기 안산시 한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하고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B씨의 채권자들은 B씨의 매매계약이 고의로 재산을 숨기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면서 A씨를 상대로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6년 해당 부동산의 공동담보가액을 9500만원으로 산정하고 A씨가 B씨의 채권자인 신용보증기금에 9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다른 채권자인 중소기업은행이 낸 소송에서는 부동산 공동담보가액을 5500만원으로 정하고 A씨가 5500만원을 가액배상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신용보증기금에 60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3500만원에 대해서는 추가 강제집행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후 A씨는 "신용보증기금에 6000만원을 지급해 가액배상금 채권 5500만원이 모두 소멸했다"며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경합된 취소채권자가 갖는 각 가액배상채권은 본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중첩된 불가분적 권리로서 그중 1인에 대한 변제로서 다른 채권자가 가액배상 판결에 기해 수익자에 대해 갖는 채권 역시 소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신용보증기금에 6000만원을 지급함에 따라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가액배상금 5500만원은 변제로 소멸했다고 판단,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중소기업은행은 A씨가 신용보증기금에 내지 않은 나머지 3500만원을 지급하더라도 이중 반환의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도 "중소기업은행이 선행 판결에서 인정된 가액배상금을 원용할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익자는 가장 다액으로 산정한 공동담보가액에서 자신이 반환한 가액을 공제한 금액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청구이의의 방법으로 그 집행권원의 집행력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의 취소 채권자는 수익자로부터 책임재산 가액을 수령할 권능만을 가질 뿐 다른 채권자를 대신해 공동담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신용보증기금과 더 이상 강제집행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사정은 공동담보가액 산정 및 그에 기한 이중지급의 위험 방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가장 다액의 공동담보가액인 9500만원 중 6000만원만 지급한 셈이므로 신용보증기금 외 다른 취소채권자들에 대해서는 3500만원을 미지급한 상태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대법 판단에 따르면 A씨에 대해 5500만원의 채권을 가진 중소기업은행은 A씨에게 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할 수 있다.
대법은 A씨가 채무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 금액은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채권 5500만원에서 미지급한 35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000만원에 불과하다고 봤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