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피플라이프와 2천억 주식매매계약
설계사 수 늘려 경쟁력 제고…빅테크에 대응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 = 생명보험사 '빅3' 한화생명이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면서 '보험설계사 모시기'를 통한 몸집불리기에 나섰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이 '제판분리(보험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 경영을 통해 한화생명과 GA판매사인 한화생명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풀이된다.
[사진=한화생명] |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르면 다음달 피플라이프와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을 예정으로, 주관사는 도이치뱅크가 맡았다. 피플라이프는 오프라인 지점 189곳과 설계사 4000여명을 보유한 곳으로 매출액 기준 GA 업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26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2020년 26억원, 2021년 12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수익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삼성생명 출신 창업자인 현학진 회장이 설립한 뒤 유명 배우를 모델로 내세우는 등 공격적인 영업으로 규모를 키웠다.
한화생명은 올해 초에도 피플라이프 인수를 추진한 바 있으나 불발된 바 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피플라이프가 매각가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GA들의 시가총액보다 높은 3000억원대로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거래가는 한층 낮아진 2000억원대 중후반 수준에서 형성될 전망이 우세하다.
한화생명의 이 같은 변화는 한화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차원의 일환이다. 한화그룹은 오는 11월까지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고, 한화솔루션 내 첨단소재 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할 뿐 아니라 백화점인 한화갤러리아 사업을 인적분할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재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해 대우조선해양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우조선해양의 보통주 49.3%를 취득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화그룹의 사업구조는 방산·태양광, 금융, 유통 등 3부문으로 명확히 나뉘었다. 이어 이번엔 금융 부문의 자회사인 한화생명이 GA 자회사인 한화생명서비스의 몸집을 부풀려 영업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최근 GA 시장에 뛰어든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제조·판매 분리 차원에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분리했다. 한화생명 전속 설계사는 한화생명 상품만 팔 수 있지만, GA 설계사만 되면 다른 보험사 상품도 함께 팔 수 있어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수료 수익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16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한화생명도 올해 초부터 이어져 온 금리상승 기조에 투자부문 이익이 줄면서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경영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이른바 '보험설계사 모시기'로 경쟁력을 키우려는 시도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보험설계사는 제판분리 과정에서 일부가 이탈해 지난해 6월 1만8565명에서 12월 말 1만7743명으로 줄었으나, 올해 상반기 약 1만9000명으로 다시 늘었다. 한화생명은 오는 2025년까지 설계사 2만6000명을 모집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