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경영메시지 없는 '소박한' 승진
'승어부' 이재용, 삼성 조직의 힘 결집할 때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이 됐다. 이 회장이 승진하기 전부터 업계에 떠들썩하게 승진설이 나돌던 것에 비해 취임식도, 취임사도 없이 조용하게 승진했다. 1993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멘트를 날리며 '신경영 선언'을 한 것과 버금가는 경영 메시지를 기대했던 입장에선 다소 맥이 빠지는 소박한 승진이었다.
당초 업계에선 이재용 회장이 삼성의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승진을 할 것으로 점쳤다. 승진과 함께 '뉴(New)삼성'에 비전을 제시할만한 이 회장의 강력한 경영메시지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것은 30년 전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신경영을 선언하고 경영 전 부분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변화의 핵심은 인재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회계 부정, 부당합병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삼성전자 이사회의 의결에 따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2022.10.27 kilroy023@newspim.com |
이 전 회장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로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지시했다. 이에 삼성은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하고 연공서열식 인사에서 능력급제로 인사제도를 개편했다. 이를 통해 모여든 인재들이 글로벌 삼성으로 성장하는 버팀목이 됐다.
물론 운 때도 맞아들었다. 한국의 고도성장기와 맞물려 삼성은 기술 중심 기업의 정체성으로 빠르게 덩치를 불려나갔고, 이건희 전 회장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매출은 작년 기준 280조원으로 28배나 덩치를 키웠다. 또 스마트폰, TV, 메모리반도체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삼성은 명실공히 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재용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던 날,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실적을 굳건히 떠받치고 있던 반도체 실적은 반 토막이 났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가전 부문 실적 역시 무너져 내렸다. 공급망 이슈,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영 환경 속에서, 이재용 회장이 말한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보다 나음)'를 이루기 위해선 현재 직면한 경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더 나은 한걸음을 떼야 한다.
현재 삼성이 주목하고 있는 미래 먹을거리는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6G 차세대 통신이다. 이재용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제 2의 반도체 신화'를 쓰기 위해선 조직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 오너 기업이 다른 기업과 차별점이 있다면 오너를 구심점으로 조직의 힘을 결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이 수반돼야 한다. 이건희 전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에 버금가는 이재용표 강력한 '한방', 경영메시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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