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두호, 방보경, 신정인 인턴기자 = "타국에서 서로 힘이 되어주던 친구를 여기서 잃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을 쪽지에 담았어요"
31일 오전 9시 30분 참사 현장과 가장 가까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베트남 국적의 칭다우윈(24) 씨는 눈물을 흘리며 직접 준비한 쪽지와 국화를 내려놨다. 그는 "어제 아침 10시쯤 친구들한테 연락받아서 찾았는데 오후에 사망했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서로 바빠서 연락도 많이 못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시신은 내일 베트남으로 옮겨진다"고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박두호 인턴기자 = 칭다우윈(24)씨가 먼저 떠나보낸 친구를 떠올리며 두고 간 추모 쪽지. 2022.10.31 allpass@newspim.com |
1번 출구 앞에는 전날부터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난간에는 국화꽃과 메모지, 촛불, 각종 주류 및 음료들로 가득했다. 참사 소식을 듣고 어제 저녁 춘천에서 올라왔다는 곽학종(54) 씨도 이날 노란색 꽃다발을 놓고 오랜 시간 묵념했다. 곽씨는 "조카들 같아서 마음이 안 좋다"며 "오늘 계속 여기서 추모하다 서울광장 추모 장소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출근길에 오르던 인근 상인들도 추모에 동참했다. 이태원역 지하상가에서 일하는 이모(40) 씨는 "매일 출퇴근하러 지나다니면서 이런 참사가 일어날 거라곤 한번도 생각 못했다"며 "안타깝고 마음이 안 좋다"고 전했다. 현장 인근에는 휴무 공지를 붙여놓고 가게 문을 열지 않은 곳도 많았다.
군대 휴가 중 뉴스를 보고 찾아왔다는 최모 씨는 "혹여나 친구들이 사고 현장에 있지 않았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며 "또래라 남일 같지 않아 잠깐 들렸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인턴기자 =31일 오전 8시 이태원역 1번 출구.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22.10.31 allpass@newspim.com |
주민들도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이태원 근처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는 구본영(48) 씨는 남편과 함께 국화 두 송이와 쪽지를 들고 이곳을 찾았다. 구씨는 추모공간 앞에서 절을 올린 뒤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이어 "대처하지 못해 원통하다. 미리 대비하지 못한 어른들 책임"이라며 "변하지 않는 현실이 힘들고 (희생자들이) 부디 편안한 곳으로 가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구씨가 직접 쓴 쪽지에는 '참 아름답게 피어날 꽃다운 나이… 가슴이 미어집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날 임시 추모 공간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외에도 공식합동분향소가 준비되고 있었다. 관계자는 "월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토요일까지 24시간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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