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지난 29일 발생해 155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해외 전문가들은 '대규모 재앙을 위한 레시피'였다며 이번 참사가 예고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방역 지침 없이 벌어진 행사라는 점과 뚜렷한 주최 측이 없는'자발적' 대규모 운집이었다는 점에서 당국의 관리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나았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핼러윈 인파가 몰려 인명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2.10.29 hwang@newspim.com |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군중 역학 전문가 밀라드 하가니는 프랑스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티켓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한되지 않은 입장'으로 군중의 수가 급격히 불어났다며, "대규모 운집 상태에서 재앙이 발생할 조건을 다 갖춘 것(recipe for disaster in mass gatherings)"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티켓 판매 없이 대중이 운집했던 핼러윈 이벤트였다 하더라고 당국이 과도한 밀집을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서식스 대학의 군중 심리학 전문가인 존 드럴리 역시 "그날 최소한 당국이 군중이 수를 모니터링 할수는 있었을 것"이라며 "대규모 운집을 막기 위한 사전 공공 캠페인을 벌일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밀집도가 객관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싶어 한다"면서 행사 주최자들이 이 같은 리스크에 대해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자발적으로 대중이 모인 행사인 만큼, 당국이 사태를 통제하기 쉽지 않았을 거란 점에도 동의했다.
한국에서 통상 10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주최할 경우 주최 측이 당국에 사전에 '안전 관리 계획'을 제출하고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 핼러윈 행사의 경우 행사를 개최한 주최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9일 저녁 핼러윈 행사 인파로 인해 300명대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다음날인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22.10.30 kilroy023@newspim.com |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따른 강력한 거리두기가 지난 몇 년 이어졌던 탓에 상황을 통제하기 한층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군중 안전 전문가인 페이스01 크라우드 매니지전트의 에릭 캔터는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행사 주최자들이 군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팬데믹 기간) 파티에 가보지 못했던 군중들이 매우 흥분된 상태이고 위험에 대한 인식도 낮을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대규모 압사 사고가 행정당국의 준비 미비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찰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군중행동 전문가인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의 마틴 아모스는 "경찰의 주 임무가 군중 관리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용역 인력을 사용해 군중을 관리하며 경찰은 공공질서와 범죄 단속만 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 304명이 숨졌던 세월호 참사로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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