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인근서 친구 15명과 교통 봉사
"참사 당일 평소보다 인파 2배 많았다"
경찰도 합류했지만 인파 통제엔 역부족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그날 이태원에서 녹색어머니회 옷을 입은 분들 덕분에 길을 건널 수 있었어요."
참사 당시 이태원을 방문했던 최모(29) 씨는 저녁시간부터 인파가 몰려 인도를 넘어 차로 1~2개까지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태원 해밀톤 호텔 앞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과 밀려오는 차들을 통제해 준 시민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이전인 오후 6시쯤부터 김재혁(38) 씨와 함혁주(32) 씨, 그의 친구들 13명은 '녹색어머니회' 코스튬을 입고 교통 정리에 나섰다. 이들의 교통 정리는 오후 10시까지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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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혁 씨는 지난 2018년부터 핼러윈 때마다 이태원역에서 교통 정리를 해왔다. 그는 "2018년에는 친구랑 둘이 재미를 위해 준비해서 4~5시간 정도 봉사했었다"며 "그때 인파가 너무 많은 것도 보고 책임감도 생기고 하다보니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함께 한 혁주 씨도 "3년 만에 워낙 많은 인파가 예상됐고 원래 사건사고가 많은 날인만큼 좋은 취지에서 코스튬이자 봉사활동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작된 봉사는 2019년에는 12명을, 올해는 15명을 모집해 진행됐다. 상황에 따라 짧게는 3시간, 길게는 5시간까지 이어졌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020년과 2021년에는 봉사를 쉬었다.
재혁씨와 혁주씨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참사 당일 경찰이 없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경찰들은 오후 8시쯤부터 교통 통제에 함께 참여했다.
재혁 씨는 "당일 인파가 코로나 이전보다 2배 이상 많았다"며 "많은 인파로 경찰관들이 버거워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희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부탁드린다는 얘기도 하셔서 원래는 오후 9시까지만 하려던 봉사를 오후 10시까지 계속했다"며 "오후 9시 이후부터는 8명에서 10명 정도의 분들이 계셨다"고 했다.
사거리에 있던 혁주 씨도 "정신이 없어 확실하진 않지만 제 근처에는 4명 이상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제 쪽에 두 분, 중앙사거리에 두 분이 계셨다"고 했다.
이들은 오후 10시쯤 봉사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가게로 이동했다. 이후 식사를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고 곧장 현장으로 달려가 CPR을 하는 등 도왔다.
재혁 씨는 "저는 원래 군 장교 출신이라 덤덤하려고 하긴 한다"면서도 "같이 현장에서 도운 친구들은 많이 충격을 받기는 한 것 같다. 그래도 생활에 지장이 가지는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이태원 인근에 배치된 경찰은 총 137명으로 이태원파출소 32명, 교통기동대 20명, 용산경찰서 교통과 6명 등으로 이중 교통기동대 20명은 오후 10시쯤 넘어오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파출소 직원은 "용산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에 기동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폭로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youn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