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스프레드 1.486%p...회사채 투자위험 높아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도 영향
"순차적 자금 집행에 유동성 개선세 보일 전망"
[서울=뉴스핌] 강정아 인턴기자 = 금융당국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했음에도 채권 시장 경색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국고채와 회사채 간 신용스프레드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CP(기업어음) 발행 등으로 돌아서면서 CP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일 오후 91일물 CP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p 오른 연 4.98%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 기록한 연고점(4.94%)을 재차 경신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긴축 완화 기대에 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2%p 내린 연 4.236%에 거래를 마쳤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0.028%p·0.014%p 떨어진 연 4.256%·연 4.234%에 마감했다. 회사채의 경우 무보증 3년 AA-급 회사채 금리가 0.02%포인트 내린 5.642%, BBB-급 금리도 0.018%포인트 하락한 11.493%로 거래됐다.
하지만 채권금리 하락에도 이날 기준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 간 신용스프레드는 1.486%p로 집계됐다.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격차인 이 수치가 커지면 시장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의미다. 지난 9월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며 채권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자 노력했지만 신용스프레드는 발표 직후(1.287%p)보다 0.199%p 상승하며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채권 시장은 정책지원 발표와 채안펀드 매입 시작으로 스프레드 확대 폭이 축소되는 경향은 있으나 단기조달 시장의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비우량 등급 금융사에 대한 경계감과 스프레드 확대는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콜미실행으로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흥국생명은 가파른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을 이유로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콜옵션 행사를 잠정 연기했으나 채권 시장이 출렁이는 등 패닉에 빠지자 일주일 만에 철회했다.
[사진=흥국생명] |
DB생명 또한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콜옵션 행사가 오는 13일 예정돼 있지만 이를 내년 5월로 연기하고 투자자 간 사전협의를 마쳤다. 7일 흥국생명의 콜옵션 진행 발표 이후에도 DB생명은 내년으로 미룬 일정을 아직 앞당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흥국생명의 발표 이후 관건은 실제로 콜옵션 행사가 이뤄지는지, 이에 따라 금융 시장이 다시 회복되는지에 달려 있다"며 "이런 조치에도 금융채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향후 다른 보험사들의 자금 조달은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주부터 채안펀드가 가동되기 시작했음에도 기업의 자금 조달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이행과 관련 정부의 '대응 미흡'을 두고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김한규 의원은 "회사채 금리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다시 올라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시장에 50조원 플러스 알파를 투입했으나 여전히 신용스프레드는 변화가 없다. 금융당국의 늑장대응이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여러 가지 상황에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시점과 강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며 "정부가 더 일찍 개입할 수도 있으나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레고랜드 사태와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 사태가 겹치면서 갈수록 투심 회복에 시간이 걸리나 채안펀드 가동에 따른 유동성 문제는 소폭 완화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채무불이행과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미실시 등 신용 시장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실적 시즌이 맞물려 회사채 매수 강도도 약화됐다"면서도 "지난주부터 채안펀드가 가동되며 순차적으로 자금 집행이 전개되니 신용시장의 유동성 문제도 개선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rightjen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