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발생 이후 제대로 된 해명 및 사과 없어
대책회의 불참, 당일 동선 의혹 등 설명 부실
"마음의 책임"에 발언에 참담, 적극 책임져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항상 주민곁에 있는 구청장이 되겠다. 현장에서 의견을 듣고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파악해 최대한 빨리 도와드리는 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명품 도시 용산을 만들겠다."
지난 10월 17일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현장'과 '소통', 그리고 '책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주민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이며 발로 뛰겠노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인터뷰 이후 한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8일이 지난 지금 박 구청장의 다짐은 '무책임'이라는 질타로 돌아오고 있다. 현장에서 소통하는 책임감 있는 구청장이 되겠다던 그는 가장 있어야 할 순간 두문불출하며 추모와 슬픔 뒤에 숨어있다.
정광연 사회부 차장. |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며 자치구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참사 발생 직후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생각한다", "축제가 아닌 현상이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한 박 구청장은 참사 전 안전대책회의에도 불참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비판에 휩싸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참사 당일 출장(경남 의령)에 대해서도 공무인지 개인 일정인지를 놓고 제대로 된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고 참사 이후 관계 기관 대책회의에도 연달아 참석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참사 대응을 총괄했다던 그가 사고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나온 "마음의 책임을 느낀다"는 발언은 황당함을 넘어 실망과 참담함까지 안겼다. '무한책임'도 부족한 순간에 자신의 거취만은 지키겠다는 태도는 같은 당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충격을 남겼다.
전국이 참사로 인한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과 용산구는 그 여파가 한층 더 크다. 상인과 주민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하면서도 온갖 비난을 마주해야 하는 구청 공무원들의 부담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취재 중 만난 구청 공무원은 "슬픔과 고통속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데 정작 앞에서 외풍을 막아줄 사람이 없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미 우리를 버렸는데 구청 안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참담하지만 유족들보다 더하겠는가. 그냥 할 일을 할 뿐이다"고 토로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수사와는 무관하게 도시 한복판에서 15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자치단체장에게만큼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참사 3일만에 '늑장' 입장을 내놓은 박 구청장은 이후에서 행안위 전체회의와 같은당 특별위원회 등 정치적 필요성이 있는 자리에만 나타나 뿐 진상규명과 사과를 원하는 시민들의 요구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일어나서는 안될 이번 참사에도 어김없이 '인재(人災)'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마치 복사라도 한 듯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언급하지 않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도 참담함은 국민들의 몫일까. 뒤늦게라도 무한책임의 자세로 전면에 나서는 단체장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