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미국 임상 3상 통과한 HK이노엔…유럽 시장도 노린다
대웅제약, 필리핀 법인 주춧돌로 반경 넓힌다
"시장 커지면 제품 차별점 강조될 것"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제약사들이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수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자리잡은 HK이노엔은 미국으로 진출할 예정이며, 지난 7월 P-CAB 시장에 발을 들인 대웅제약은 필리핀을 거점으로 해외 10개국으로 뻗어나갈 계획을 세웠다.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 가운데 하나다. 기존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의 단점을 개선해, 위산에 의한 활성화가 필요 없이 양성자 펌프에 결합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
따라서 P-CAB은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이 빠르고, 식전 식후에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항궤양제 시장을 PPI 대신 P-CAB 기전 약제가 점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는 국내에서 P-CAB 계열 약물이 PPL제제와 같이 1차 약제로 권고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P-CAB 성분 약물은 2종류다. 2019년 출시된 HK이노엔의 '케이캡'과 지난 7월 출시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다. P-CAB 기전 치료제는 일본 다케다제약의 '다케캡'까지 전세계에서 3종류뿐이다. 이에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속도전에 나선 것.
HK이노엔의 케이캡정 및 케이캡구강붕해정 [사진=HK이노엔] |
HK이노엔은 미국 진출 초읽기에 나섰다. 지난달 케이캡은 미국 현지에서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임상 2상을 면제받아 임상 1상을 끝낸 지 5개월 만에 마지막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임상 3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을 경우 케이캡은 국내의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중 가장 빨리 미국 시장에 데뷔하는 신약이 된다.
미국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PPI, 궤양용제, P-CAB 등을 포함해 4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의 P-CAB 계열 치료제 중에서는 지난 5월 다케다제약의 '보퀘즈나(성분명: 보노프라잔)'가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상태다. 다만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는 않았다.
케이캡의 미국 임상은 아시아권에서 기반을 탄탄하게 쌓아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케이캡은 일본과 중국에 출시돼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 4월 NMPA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고 파트너사인 뤄신사에서 지난 5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경쟁사인 다케다는 일본 외 국가에서는 공격적으로 마케팅하지 않아 HK이노엔도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케이캡은 중국을 포함해 몽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품목 허가를 받았으며,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도 품목 허가가 진행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케이캡이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목한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중국 내 급여 의약품 목록인 NRDL 등재가 예상되며, 등재 이후에는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그에 따른 로열티 수익이 유입될 것"이라며 "미국 임상 3상을 시작으로 유럽 파트너사 확보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40mg [사진=대웅제약] |
대웅제약은 필리핀을 공략한다. 대웅제약의 해외 법인은 8곳으로 제약사 중에서 가장 많은데, 그중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필리핀 법인을 통해 시장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펙수클루는 지난 3일 필리핀 식약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2월 품목허가신청서(NDA)를 제출 이후 약 8개월 만에 승인이 이뤄진 것이다. 대웅제약은 내년 현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 항궤양제 시장규모는 약 800억 원에 달한다.
펙수클루는 차별화된 적응증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재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40mg)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 위점막 병변 개선(10mg) 2종의 적응증을 확보했다. 특히 위염 적응증은 P-CAB제제로는 펙수클루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차별성을 기반으로 대웅제약은 올해 말까지 전 세계 10개국에 NDA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품목허가를 신청한 국가는 이미 허가를 획득한 필리핀을 포함해 브라질, 인도네시아, 태국, 멕시코, 칠레, 에콰도르, 페루 총 8개국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핵심은 PPI에서 P-CAB으로의 전환이다. PPI는 1980년대 등장해 쓰이기 시작해 처방 데이터가 쌓여 있다. PPI 계열의 기전 치료제만 200여개에 달하므로 의료진들은 보수적으로 처방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제약사들은 P-CAB 계열 약물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지난 24일에 연 'The new wave of GERD Treatment'에는 필리핀 소화기학회 회장단을 포함한 해외 주요 오피니언 리더 38명과 국내 의료진이 참가하기도 했다.
제약사 관계자는 "케이캡이 출시 후 3년 동안 처방 데이터를 쌓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 제품 차별점이나 특장점이 강조될 테니 트렌드가 변화할 수 있다"며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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