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신공장 설립 계획, 한 발짝도 못 떼
노사, 10여 차례 회의했지만 접점 못 찾아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기아 화성 신공장 설립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기아의 화성 신공장 설립 계획은 9개월 째 표류하고 있다. 기아는 오는 2024년 공장을 완공해 이듬해부터 가동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올해가 다 가도록 노사 합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 미래 모빌리티 전환 가속화로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인데, 이 같은 로드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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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사측과 노조는 이날까지 구체적인 신공장 가동 계획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2월 신공장 설립에 합의한 후 14차례 열린 고용안정소위원회에서 세부안을 놓고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공장은 중형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와 픽업트럭을 생산하기 위해 기아 1997년 이후 25년만에 신설하는 국내 공장이다. 투자 규모만 1조원 이상이다. 기아는 당초 내년 3월경 착공에 들어가 이듬해 완공해 2025년부터 차량을 양산할 계획이었다.
핵심 쟁점은 차량 생산 규모다. 노측은 연산 규모를 20만대로 잡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15만대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노측은 신공장 설립으로 인해 고용 불안 우려가 대두된 만큼 사측이 이를 불식시킬 생산 물량을 약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성 신공장 설립 계획이 발표된 후 노측에선 PDI(출고 전 검수센터) 등 기존 공정라인이 사라지는 데 따른 고용 불안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생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외주화했던 차체 도어 공정을 화성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등 고용 안정성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측이 요구하는 생산 물량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신공장 설립이 어디까지나 미래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연산 규모를 10만대로 잡고, 이후 시장환경에 따라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노측의 고용 불안 우려도 '기우'라고 맞서고 있다. 기존 PDI 검사 인원들을 새로 신솔될 정치 검사장 또는 TK 적재함 장착 공정으로 배치될 예정이며, 사실상 신공장 설립에 따른 고용 불이익이 없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노측 내부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대화를 통해 최대한 절충점을 찾아보자는 온건파와 노사 협상에서 사측으로부터 생산 물량을 확실히 약속 받아야 한다는 강경파로 의견이 나뉘었다. 한 노측 관계자는 "강경파가 목소리가 작지 않다. 협상부터 이끌어 보겠다는 집행부 동력이 약화된 상태"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GSO(Global Strategy Office)를 신설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노측과 연일 엇박자를 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노측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지금 같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해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꼬집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