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③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기사입력 : 2023년01월18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3월29일 08:33

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미디어연구소에서는 1997년 이후부터 매년 스웨덴의 공공기관과 시장 주요 행위자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해 발표한다.

작년까지 총 25회 연속으로 진행되어 연구자 뿐 아니라 스웨덴의 각 기관들은 매년 여론조사가 발표될 때마다 큰 관심을 갖는다. 각 기관들의 한 해 동안의 활동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도의 최근 변화를 보면 병원과 의료기관이 최고의 높은 점수를 받고 있고, 경찰, 대학, 법원, 중앙은행, 국가, 의회의 순으로 높은 신뢰도를 보여준다.

2022년은 코로나 이후 일상으로의 복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에너지 위기 및 원자재 수급의 불안으로 야기된 물가상승, 그리고 시중금리 인상 등으로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위기의식과 경제적 불안이 가중되었지만, 관련기관들의 비상관리 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꾸준하게 유지된 국민들의 노조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다. 22퍼센트 수준으로 가장 낮았던 2016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22년 조사에서는 스웨덴 교회와 동일한 수준의 신뢰도를 보여주고 있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스웨덴 교회는 2000년부터 국가와 분리되었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어렵고 힘들 때 기대고 찾아가는 중요한 사회적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이런 기관과 나란히 어깨를 하고 있는 것이 노조인 셈이다. 2022년 국민들의 노조에 대한 신뢰도는 정당, 대기업, 은행들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노조를 긍정적인 시장주체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스웨덴 국민들의 노조에 대한 신뢰는 특별하다.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 갈 경우 국민들의 일반적 시선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인다. 직장동료들과 이웃들과 이야기 할 때 노조파업에 대해 물어 보면 "그럴 이유가 충분히 있겠지"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대다수다. 3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중앙임금교섭 기간 동안 양측의 임금인상안에 대한 입장차이가 현격히 클 때 국민들은 협상이 결렬될 것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

작년 7월 항공조종사와 승무원 들이 여행자유화가 재개되어 항공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코로나 때 해고된 직원의 재취업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4일간 총파업에 들어갔을 때도 큰 동요 없이 지나간 것이 단적인 예다.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왜 하필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이 처음 즐기는 여름 휴가기간 동안 총파업에 들어 가느냐는 비난과 불평의 목소리도 들리기도 했지만 노조의 총파업을 노동자의 권리로 받아들이는 일반적 시각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웨덴 노동자의 대다수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전국노동자 총연합회 (스웨덴 노총, LO)의 자료에 의하면 사무직(74%)과 육체노동자 (61%) 들의 노조가입율은 2022년 평균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10명 중 7명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는 노조에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노조가입율이 80년대까지 95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높았지만 1990년대 들어 노조원들의 실업기금에 대한 세금공제제도를 폐지한 우파정권의 정책에 따라 노조이탈이 빠르게 진행되어 지금은 70퍼센트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국제 비교에서는 여전히 OECD 국가 중에서 덴마크와 함께 가장 높게 나타난다.

그렇다 보니 노조의 권력이 정말 막강하다. LO에 가입된 14개 직능별 노동가 한꺼번에 총파업을 한다면 스웨덴의 경제는 완전 정지하게 될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한 번도 전체 14개 직능단위 노조의 동시 파업이 진행되지도 않았고, 아예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90퍼센트가 넘는 단체협약 적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은 중앙임금교섭 단체인 LO와 사측대표인 고용주단체(Svenskt näringslit, SN)가 공식적으로 3년마다 진행되는 단체협약을 사전 협의하는 모임이 1년에 2번씩 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비공식적 만남도 수시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직능단위별, 직장별 임금협상은 중앙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근거로 사용된다. 노사 간의 평화적 관계와 대화를 통한 임금협상의 틀이 오래 전부터 잘 작동하고 있어 코로나와 같은 특수상황을 제외하고 스웨덴에서 노동자 전국총파업은 극히 드문 이유다. 2023년 새롭게 진행될 임금단체협약이 450개가 예정되어 있고 이미 물밑 협상이 진행 중에 있는 것을 보더라도 얼마나 치밀하게 임금협상이 사전에 준비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출처:스웨덴 중재위원회 홈피, mi.se).

스웨덴에서 노조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보다도 노조가 노동자의 노동환경개선과 임금협상, 정리해고시 단일협상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해소, 남성과 여성노동자간의 임금격차축소, 업종 간 임금격차의 해소, 파견직 근무자의 동일 임금적용과 노동환경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명실공 모든 노동자의 대표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임시직 단기고용 노동자의 경우도 노조에 가입에 적극적이다.

출처=게티이미지

하지만 스웨덴 노사관계는 노조운동 과정에서 피까지 흘린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931년 오달렌(Ådalen) 총파업 때 동원된 군부대의 발포로 임산부까지 포함된 파업참가 노동자 중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노사분규가 폭력과 탄압으로 잇따랐다. 몇 년 전 상영된 "아, 오달렌" 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노사관계를 비극을 다시 한 번 현대적으로 조명해 보는 계기가 될 정도로 역사적 의미가 컸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세계적 대공황으로 인한 실업과 파업문제, 직장폐 등 폭력적이며 비생산적인 대립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상생과 변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 신호탄이 되었다. 노사 간의 대화는 1930년 기간 동안 정부의 압력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다가 마침내 1938년 살트쉐바덴 협약(Saltsjöbadsavtal)이라는 역사적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노사 간의 모든 문제는 국가의 중재와 개입 없이 노사 간의 협상창구를 통해서만 해결해 나간다는 대원칙에 따라 지금까지 85년간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살트쉐바덴 노사평화체제의 핵심은 임금, 노동환경, 고용, 해고 등 노사문제는 국가의 도움 없이 노사 간 해결한다는 원칙에 대한 합의라 할 수 있다.

스웨덴의 노조가 스웨덴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또 다른 계기는 바로 연대임금제에 있다. 1951년 노조 경제수석 연구원이었던 두 사람, 스테판 렌(Stefan Rehn)과 루돌프 마이드너(Rodolf Meidner)는 노동자간 동일노동-동일임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노동자간의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전국노총회의에서 정식으로 제안해 실시하기 시작했다. 당시 2차 대전 이후 대호황을 맞았던 대기업 볼보, 사브, 에릭손, ASEA, SKF, 알파라발 등 금속노조가 몸 담았던 대기업 소속 노조원들의 임금인상은 자제하고 중소기업과 하청업체 금속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집중적으 관리함으로서 노동자간의 임금격차가 현격히 줄어드는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와 함께 서비스직, 목재산림노조, 건설노조 등 저임금 노조의 임금인상을 우선적으로 관철하는 임금협약을 사측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기득권을 가진 대기업 소속 금속노조는 중소기업과 하청기업의 동일노조 소속 저임금을 인상하는 효과와 함께 저임금 직능 소속 노조원의 임금인상을 동시에 이끌어내 노동자간 임금격차를 빠르게 줄여 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 낸 셈이다. 당시 특권노조인 금속노조의 양보로 노동자간의 임금평등이 빠르게 진행되어 전국노동자의 삶이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LO 내 두 젊은 수석경제연구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연대임금제는 노조에게는 사회적 존중과 인정이라는 날개를 달아 주었고, 스웨덴 기업들에게는 사회적 책임성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대기업의 경우 연대임금제 적용으로 노동자의 임금인상분 만큼 자금의 여력이 생겨 연구와 재투자로 기업생산성이 개선되어 경쟁력이 그만큼 더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이 연대임금제의 정신은 여전히 남아 임금중앙교섭에서부터 직장교섭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 내에서도 중앙임금교섭 결과 나온 가이드라인을 존중하고, 대학 측과 교수 및 직원 측의 대표들이 임금인상에 대한 예비합의를 본 후 마지막 최종합의는 개인 간의 편차, 남성-여성 간의 편차, 장애인-비장애인 편차 등의 다양한 고려사항이 관철된 이후 이르게 된다. 이렇게 1950년대의 연대임금제의 정신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스웨덴 노조가 스웨덴 국민의 존경을 받는 또 이유로 노조간부들의 특권배제 정신을 들 수 있다. 퇴임하는 직장노조위원장은 아직 정년에 이르지 않았을 경우 원래 소속 직장의 평노조원으로 돌아가 이전에 했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내가 만난 전직 노조위원장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된 사실들이다. 위원장 출신이 어떻게 다시 평노조원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어색할 정도 도리어 당연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 올 때는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노조위원장들이 이렇게 권위와 특권을 내려놓는 전통은 노조에 대한 존중과 인정으로 사회 저변으로 퍼지게 된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출처=게티이미지

마지막으로 노조가 사회적 존중을 받는 또 다른 이유를 기업에 대한 파트너로서의 존중과 인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연대임금제를 실천했던 아르네 베이에르(Arne Beijer, 1956-1973) 전직 노총위원장은 그의 자서전에서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고용자 측 의장을 한 번도 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적고 있다. "고용주 단체장은 스웨덴 경제의 중요한 동반자이자 나의 건설적인 협상대상자였다"는 베이에르의 독백은 스웨덴 노사평화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베이에르의 독백은 내가 LO와 SN을 방문할 때마다 확인해 보는 단골 질문이었다. 하지만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노사 간의 인정과 존중은 스웨덴 모델의 전통에 이미 각인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2022년 6월 22일, 스웨덴 노총(LO)과 사무직 노조(PTK) 그리고 고용자연맹(SN)은 살트쉐바덴 조약이 맺어진지 84년 만에 새로운 노사 간 조약에 서명한 날이다. 제4차 산업의 도래로 산업구조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이 산업 구조재편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교육을 통한 재취업의 기회와 지원을 명확하게 규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즉 1973년에 제정된 고용안정법이 이미 50년이 지났고, 제4차 산업이 진행되는 국내 및 국제적 경제 환경 속에서 더 이상 개혁을 늦출 수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조약은 2022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어 스웨덴의 새로운 산업재편을 빠르게 진행시키면서도 노동자의 취업보장과 교육, 재정지원 등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노사 간 win-win을 안겨준 중대한 협약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조가 사회적 존중을 받는 국가는 사회갈등이 낮고, 국민 삶의 만족도가 높으며, 사회 저변에서 상호 간의 신뢰를 높게 한다. 노조가 기업과 함께 사회를 떠받지는 중요한 한 축으로 사회적 책임을 온전히 떠안을 때 국민의 존중을 넘어 국가발전에 날개를 달아 주게 된다는 것을 스웨덴은 보여주고 있다. (기업이 스웨덴 국민에게 신뢰를 얻게 된 배경은 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SKT 재점화 '위약금 면제' 논의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SK텔레콤(SKT) 해킹 사고로 유출된 정보가 당초 예상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밝혀지자, 유심 해킹 피해 고객 위약금 면제 논의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SKT 유심 해킹 사고 민·관 합동 조사단(민관합동조사단)'의 2차 조사 결과 브리핑에 따르면, 조사단은 SKT 서버에서 총 25종의 악성코드와 23대의 감염 서버를 추가로 확인했다. 조사단은 이번 사고로 약 2695만건 이상의 유심 정보(전화번호, 국제 이동 가입자 식별번호인 IMSI 등 약 9.82GB 규모) 유출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리눅스 서버 3만여대를 포함한 전체 서버로 점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조사단은 일부 서버에서 개인정보(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등)와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약 29만건이 포함된 파일을 발견해, 해당 정보의 유출 여부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 류정환 SKT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이 19일 데일리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정승원 기자] SKT를 이용하며 '2년 약정' 계약을 맺은 고객 김모(35)씨는 이날 통신사 변경 상담을 신청했다. 김씨는 "유심 정보 해킹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이지만, 약정 기간이 약 1년 3개월 남았다는 이유로 10만원을 내야 한다고 통보받았다"며 "SKT가 고객 신뢰를 회복하려면, 고객의 위약금 지불 부담부터 덜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비슷한 처지의 박모(27)씨도 약정(2년 약정) 만료를 약 1년 앞두고, 위약금 8만원을 안내받은 상황이다. 박씨는 "일 때문에 바빠서 전화 상담을 받았는데, 자세한 위약금 도출 과정은 물어보지 못했다"며 "해킹 피해로 금융 범죄 피해는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위약금 부담에 통신사 변경도 마음대로 하지 못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SKT는 전날 이 같은 고객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하기 위해 SKT 고객신뢰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고객신뢰위원회는 최근 해킹 사고로 손상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출범한 외부 전문가 중심의 독립 기구다.  홍승태 SKT고객가치혁신실장은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고객의 생각을 정리해 회사에 전달하는 등 고객 시각을 반영하는 역할을 위원회가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KT 측은 위원회가 직접 위약금 면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위약금 면제의 쟁점은 'SKT 귀책사유'…정부·법조계도 주목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LTE·5G 이동전화 서비스 등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SKT 이용약관 제 43조(위약금 면제)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 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가 위약금 면제 조건으로 명시돼 있다. [사진=SKT 약관 캡처] 2025.05.19 yek105@newspim.com 위약금 면제 여부를 결정할 핵심 기준은 'SKT의 귀책사유 여부'가 될 전망이다. LTE·5G 이동전화 서비스 등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SKT 이용약관 제 43조(위약금 면제)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가 위약금 면제 조건으로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조항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약관에서 말하는 귀책 사유란 계약상 급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를 의미한다"며 "SKT는 통화나 데이터 등 통신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한 만큼, 이번 사건이 위약금 면제 조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현재 회사의 귀책사유를 가리는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단은 현재 유심 해킹 사고의 원인 및 경위, 피해 규모, 사내 보안 관리 실태, 사고 대응 과정의 적정성 등을 조사 중이다.  정부는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위약금 면제 등 책임의 경중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브리핑에서 "4개 법무법인에 의뢰한 검토 결과를 받아봤지만 아직은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다"며 "결국은 조사단의 결과를 보고 나서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은 SKT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 ▲정보보호 기술 수준 ▲보안조치의 적정성 등을 기준으로 귀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준과 조사단 결과를 고려해, 행정 행위 수준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 "6개월 내 분쟁조정 결과 나올 것"…소비자 집단행동은 '속도'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SKT 유심 정보 유출 사태 한국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신청서 [사진=이철우 변호사] 2025.05.19 yek105@newspim.com 정부 조사가 길어지는 사이, 일부 고객은 집단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SKT 이용 고객 59명은 지난 9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통신사 이동 시 위약금 면제 및 1인당 30만원 배상을 골자로 하는 집단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대표 신청자인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현재 집단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돼 사건 번호가 부여됐으며, 전체 절차는 6개월 이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소비자에게 위약금 면제를 비롯한 어떤 보상안이 마련된다는 전제하에 신청 금액의 일부가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제5조 제2항("약관의 조항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조항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한다")에 따라 소비자분쟁조정위가 SKT에 불리하게 약관을 해석해 위약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SKT의 약관에는 '회사의 귀책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만 명시돼 있을 뿐, 귀책사유가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다.  이 변호사는 "핵심은 '회사 귀책사유'에 대한 해석이다"라며 "SKT 측은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의 장애'가 있어야 회사의 귀책사유가 성립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약관법 제5조 제2항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귀책사유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을 때는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회입법조사처 "SKT 정보 유출 계기로 '위약금 면제' 제도화해야"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통신사 해킹 사고 사후대응의 문제점과 입법과제 [사진=국회입법조사처 캡처] 2025.05.19 yek105@newspim.com 국회입법조사처는 'SKT의 귀책사유'가 인정되기만 한다면 약관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이동통신사 스스로 위약금을 면제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묻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질문에 "SKT가 가입 약관에서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고객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번 해킹사태가 SKT 귀책사유로 인한 서비스 문제라면 이 조항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통신사 해킹 사고 사후대응의 문제점과 입법과제'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 해킹 사고와 관련해 피해 소비자를 위한 위약금 면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유심 해킹 사태 이후) SKT가 뒤늦게 유심 무상 교환 조치를 발표하고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에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 조치가 미흡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피해자가 통신사 이동을 원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소영 변호사는 이날 "구체적으로는 정보통신망법의 '침해 사고 대응' 부분, 혹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보호'나 '사업자 의무' 조항에 위약금 면제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며 "또, 보고서에는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소비자 보호 지침도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차 조사 결과 브리핑을 마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SKT 유심 해킹 사태 대응에 있어 철저한 조사, 투명한 절차, 그리고 국민 우선의 정보 공개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임하고 있다"며 "절대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오는 6월 말까지 IMEI 등 민감정보 유출 여부, 전체 서버 추가 점검, 해킹 경위와 사내 보안 실태, 회사 귀책사유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yek105@newspim.com 2025-05-19 20:58
사진
시흥 용의자 "돈 갚지 않아 범행" [수원=뉴스핌] 노호근 기자 = 경기 시흥시 정왕동 일대에서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차철남(56·중국 국적)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 동기에 대해 그는 "돈을 빌려준 뒤 갚지 않아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기 시흥시 정왕동 일대에서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차철남(56·중국 국적)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독자제공] 경기남부경찰청은 19일 오후 7시 24분께 안산시 신길동 노상에서 차 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날 오후 6시 20분경 차 씨를 공개수배한 지 약 1시간 만이다. 체포 당시 차 씨는 남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으며, 오후 8시 33분쯤 시흥경찰서로 압송됐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제적인 거래가 있었는데, 저한테 돈을 꿨다가 갚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사람이 죽은 건 죽은 거잖아요"라고 답했다. 차 씨는 이날 오전 9시 34분께 정왕동의 한 편의점에서 60대 여성 점주를 흉기로 찌른 뒤 도주했다. 이어 오후 1시 21분께는 편의점에서 2km가량 떨어진 체육공원 주차장에서 70대 남성을 또다시 흉기로 찔렀다. 두 피해자 모두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은 사건 초기 CCTV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한 뒤 자택을 수색해 중국 국적의 남성 시신 1구를 발견했고, 오후 2시께 편의점 인근 주택에서도 또 다른 남성 시신 1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들 사망자는 모두 자상 흔적이 있었으며, 사망 후 수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차 씨와 피해자들 간에 금전적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계획 범행 여부와 정신병력 유무, 피해자들과의 구체적 관계 등에 대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구성, 시흥경찰서와 형사기동대, 기동순찰대 등 가용 인력을 투입해 추적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와 경위는 아직 수사 중이지만, 혐의가 중대한 만큼 신속히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범행 경로와 공범 여부 등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eraro@newspim.com 2025-05-19 22:1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