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가격 고공 행진으로 얼어붙은 해외광산 시장
니켈 국내 공급 지표 '수급 주의'...4년째 가격 오름세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니켈 매장량을 부풀리거나 중국 업체들이 많이 진출하는 등 경쟁자가 늘면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해 해외 니켈 광산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문제의 해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신수용 산업부 기자 |
니켈은 리튬, 코발트 등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몸값이 치솟으면서 사기꾼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중개업체인 스위스 트라피구라는 6억달러(7629억원) 규모의 니켈 사기를 당했다. 국내 업체들도 해외 광산 사기에 긴장하는 분위기지만,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상위 5위 그룹에 국내 배터리 3사가 올라와있지만, 원자재 수급 불안정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에 빨간불이 켜지면서다.
더욱이 니켈은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 소재인 전구체를 위한 필수 원료다. 삼원계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한국 배터리 기업의 주력 제품이다.
최근 리튬이온전지의 필수 원료인 니켈의 국내 공급 지수는 '수급 주의' 단계로 100점 중 10점이다. 2021년 5월부터 20점 미만이다. 5점부터는 수급불안에서 위기 단계로 넘어간다.
불안정한 공급은 가격을 끌어올린다. 실제로 4년째 니켈 가격은 상승세다.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지난해 3월 7일 톤(t)당 4만2995달러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15일 t당 1만9100달러로 가격 안정세를 보이는듯 했지만 올해 1월 t당 니켈 가격은 2만7617달러다.
핵심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등 원자재 공급망 전망이 어두운데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가 저조해서다. 해외 자원개발은 '적폐'라는 낙인 속에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자원개발률은 2015년(16%) 고점을 찍은 뒤부터 떨어져 2021년엔 11%에 불과하다.
일본과 중국은 공급망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은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독립된 위원회로 운영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원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니켈 생산 1위인 인도네시아 니켈 개발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중국 기업이 움직이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 점유율을 합치면 6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배터리 기업은 미·중 간 분쟁에도 성장세다. 중국 배터리 기업 중 내수 시장을 제외하고도 네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곳이 탄생할 만치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 파라시스(Farasis)사가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판매 호조로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대비 1794.4% 성장했다. 국내 1위 배터리 생산 업체인 LG에네지솔루션은 22.9% 성장하는 데 그쳤다.
배터리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 배터리사 평균 성장률은 165%인 반면 한국은 49.3%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한국의 미래 먹거리다. 개별 기업의 각개전투에 매달릴 게 아니라 정부 차원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 투자와 지원이 절실하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