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정의와 상식에 맞는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15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취재진을 만나 밝힌 소감이다.
불법 출국금지 의혹이란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재수사하던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지난 2019년 3월 22일 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하던 김 전 차관을 불법으로 막았다는 것이다.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 연구위원은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정원 사회부 기자 |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법·부당한 압력을 행사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은 든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 8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한 뒤 아들의 성과급·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50억원의 성과급은 이례적으로 과다하다", "피고인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정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곽 전 의원의 아들이 결혼해서 독립적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법률상 부양의무가 없는 아들이 받은 돈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과 같다고 평가하기에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주요 사건들에서 피고인들이 전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검찰이 즉각 항소했지만 부실수사로 혐의를 충분하게 입증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만큼 비난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재판부의 판단에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분명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데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검찰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좀 더 적극적인 입증을 촉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들이다.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법관의 고유 권한이지만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은 사법부를 불신케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의와 상식에 맞는 판결이 나오기 위해서는 앞으로 검찰과 2심 재판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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