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신규분양, 1년새 34곳에서 6곳으로 줄어
미분양 확산, 고금리 부담에 건설사, 신규사업 보수적 접근
2월 '완판' 단지는 늘어, 매수심리 낮아 양극화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위험수위까지 늘어나자 분양시장에 공급난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흥행에 실패한 단지가 속출하면서 신규 분양사업을 꺼리는 시행사(조합 등), 건설사가 크게 늘었다. 수요 부진에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 사업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데다 기업 리스크 확대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완화 이후 청약 경쟁률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미분양 확산에 2월 민영 신규분양 한산...전년比 18% 수준
23일 부동산업계 및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청약 접수에 나선 민간 아파트 단지는 6곳으로 전년동기(34곳) 대비 82% 감소했다.
통상적으로 2월은 연초인 1월 비수기를 지나 한 해 신규분양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다. 2019년 2월에는 민간 아파트 16개 단지가 공급됐고,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2월 23개 단지, 25개 단지가 시장에 나왔다. 올해 2월 공급물량은 평년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물량인 셈이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늘어 매수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20년 장기평균선(6만2000가구)을 넘어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8107가구로 9년 4개월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완판' 단지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올해 1분기 중 7만가구 돌파가 유력하다.
지난달 분양성적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청약 접수를 한 단지는 7곳으로 이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청약률이 부진했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 낮은 단지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의 단지도 참패하자 청약시장 열기가 한층 가라앉았다. 현대건설이 공급한 대구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은 47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8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이 공동 시공사로 참여한 경기 '평촌 센텀퍼스트'는 1150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350명에 불과했다.
미분양 보유분이 늘면 신규 사업을 진행하거나 재무구조 개선에 부담이 크다. 회사가 보유한 미분양은 잠재적 부실로 분류된다. 금융비용, 인건비 증가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팔리지 않으면 공사비 회수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PF 대출이 제한되거나 고금리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까지 확산할 수 있다.
◆ 완판 및 경쟁률 지표 개선...매수심리 낮아 양극화 불가피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1.3 대책' 이후 청약시장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1.3 대책'에는 규제지역 해제를 포함해 분양가상한제 지역 해제,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보증 기준 폐지 등이 담겼다. 건설사의 주택사업 지연으로 신규 공급이 자연 감소한 데다 세금·대출 등 규제 완화가 이뤄지자 주택 매수심리가 소폭 살아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이달 분양에 나선 6개 단지 중 50%(3곳)가 청약 '완판'을 기록했다. 지난달 청약성적과 비교하면 대폭 개선된 것이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단지는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으로 605가구 모집에 6947명이 지원했다. 이어 충북 청주 '복대자이 더 스카이'로 355가구 모집에 3334명이 몰렸다. 경기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도 371가구 모집에 2690명이 신청했다. 이들 단지는 모두 600가구 이상인 중대형 단지로 브랜드 아파트로 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금리, 분양가 부담 등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면서 신규사업에 대한 건설사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며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 청약, 세제 정책이 완화하면서 주택가격의 낙폭이 줄고, 청약경쟁률이 개선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지만 매수심리가 여전히 부진해 시장 분위기가 단기간에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