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전례없는 수준의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당초의 예상과 달리 러시아는 경제는 잘 버티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2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10~15% 위축, 지난 15년간 이룬 경제 성장분을 반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러시아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GDP는 마이너스(-) 2.1%로 나름 '선방'했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경제가 올해 0.3% 성장으로 전환, 내년에는 2.1% 성장이 가능하다고까지 보고 있다.
[사마르칸트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이 시진핑 중구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2022.09.16 wonjc6@newspim.com |
러 경제가 이토록 잘 버티는 데에는 중국이 있다. 22일(현지시간) CNN은 "윗층 이웃 러시아와 '무제한 우정'을 선언한 중국이 러 크렘린궁의 경제 생명줄을 대고 있어 글로벌 금융체계 퇴출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 타격이 감소하고 있다"며 중국이 러시아 경제를 돕는 3가지 방식을 소개했다.
◆ 러시아는 에너지 팔아 좋고, 중국은 싸게 사서 좋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의 전쟁자금줄을 조이기 위해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산 원유 등 에너지 제품에 금수제재를 가했다. 여기에 러시아 주요 은행들은 은행간 거래의 데이터통신망인 '스위프트'(SWIFT) 시스템에서 퇴출됐고 있는 해외자금도 대부분 동결되면서 에너지 수출 거래 경로가 막혔지만 중국은 러시아와 교역을 오히려 늘렸다.
중국 세관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900억달러(약 247조5000억원)다. 이는 1년 전보다 30% 급증한 것이며 최다 기록 경신이다.
특히 중국은 우크라전쟁 개시 이후인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러시아산 원유 506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직전년 동기비 45% 증가한 규모인 점도 놀랍지만 러시아산 우랄유 가격이 벤치마크 브렌트유 대비 가격이 저렴해졌단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입 증가폭이다.
이밖에 러시아산 석탄은 54% 증가한 100억달러, 천연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155% 폭증한 96억달러를 사들였다.
미국의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닐 토머스 동북아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러시아와 교역량을 크게 늘려 러시아의 전쟁을 재정적으로 지원한 셈이다. 이는 러시아의 군사능력을 약화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러시아산 자원을 '헐값'에 대량 구입할 수 있어 좋다. 오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기 둔화를 해결해야 하는 중국 정부는 싼 가격에 자국민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급증할 원자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관계학연구소의 애나 키리바 부교수는 "중국 경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방하면서 러시아의 대(對)중 수출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며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받는 석유제품도 중국이 수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러시아 국기 앞에 놓인 원유 배럴 일러스트 이미지. 2022.03.08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서방 수입길 다 막혀도, 제조강국 중국 하나면 OK
러시아는 원자재 강국이지만 기계, 전자제품, 비(卑)금속, 자동차, 선박과 항공기 등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서방의 수출통제 이전부터 러시아는 이미 중국으로부터 주로 수입해왔다. 2021년 기준 중국은 러시아의 반도체, 전자제품 등 기술 품목 수입의 70%를 차지했다.
러 시장조사업체 오토스태트에 따르면 기존의 10%였던 중국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38%로 껑충 올랐다. 서방 기업들의 러 시장 엑소더스에 중국 자동차의 입지가 자연스레 커진 결과인데 오토스태트는 올해 이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산 전자기기도 러시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021년에 40%였던 중국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5%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과 서방에서 수입해오던 품목을 중국에서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모스크바국제학연구소의 키리바 교수는 "중국의 제조 능력은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러시아에 있어 부족함없는 수입처라고 평가했다.
유라시아그룹의 토머스 연구원은 양국간 연대가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미국과 관계 악화일로 속 동맹과 파트너들도 대(對)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있어 러시아는 일종의 '전략적 밸러스트(ballast·선박이 균형을 잡기 위해 바닥에 놓는 중량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 편에 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주요 의제에서 중국을 지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환전소 앞을 지나는 여성. 2022.02.28 [사진=블룸버그] |
◆ 위안화가 달러 대체, 루블화 부양 가능
러시아가 스위프트 시스템에서 배제된 이래 미국 달러 조달 경로가 막혔다. 그러나 중국과 교역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위안화 확보는 수월해진 상황.
역외 위안화 거래 규모 면에서 기존에 상위 15개국 안에 들던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상위 6개국으로 급등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한때 홍콩과 영국 다음으로 세 번째로 역외 위안화 거래를 가장 많이한 국가로 부상한 바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 재무부는 국부펀드의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 비중을 60%로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올해부터는 외환보유고에 위안화만 사들이겠다고 선언했다.
키리바 교수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 중 중국 위안화만 아직 동결되지 않고 우호적"이라며 "러시아의 외환거래에서 달러는 점차 사라지고 위안화가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충분한 위안화를 확보한다면 추락한 자국 루블화 가치 방어에 쓸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러 재무부는 위안화를 팔고 루블화를 사들이는 환시개입을 올해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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