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 둔화 추세 뚜렷"…곳곳에 '암초
설탕·구리 원자재값 폭등…공공요금 변수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대로 가라앉으면서 10개월 만에 둔화됐다.
하지만 복병은 남아있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억눌러왔던 먹거리 물가도 서서히 오를 조짐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의 발목을 잡는 변수들이 곳곳에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 정부 "물가 둔화추세" 전망했지만…곳곳에 '암초'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100)로 1년 전보다 4.8% 올랐다. 지난해 5월(5.4%)부터 5~6% 대의 물가 흐름을 이어오다 10개월 만에 4% 대로 상승세가 둔화했다.
정부는 이러한 둔화 추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부문별로 불안 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가장 큰 변수는 에너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물가를 또다시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은 꿈틀대고 있다. 북중국(CFR) 현물 기준 철광석(62% FE) 가격은 연초 톤(t)당 117.65 달러에서 125.35 달러로 뛰면서 6.5% 상승했다. 경기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은 지난 1월 톤당 8209 달러였지만 현재 8819 달러까지 치솟았다.
가공식품들의 원재료가 되는 설탕 가격도 무섭게 뛰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124.9로 전월 대비 6.9% 상승했다. 인도의 설탕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국제유가도 불안불안하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배럴당 71.83달러까지 내려갔다가 지난 6일에는 84.11달러까지 뛰었다.
◆ 설탕·구리 등 원자재값 폭등…공공요금 최대 복병
[서울=뉴스핌] 농협유통·농협하나로유통은 장바구니 물가 안정과 축산 농가 판로 확대를 위해 한우 자조금의 지원을 받아 불고기·국거리용 한우를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3일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28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한우 한 마리' 할인 판매코너에 소비자들이 한우를 구매하려고 줄을 서 있다.[사진= 농협유통 ]2023.02.28 photo@newspim.com |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2차 생산품인 가공식품 가격도 일정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가공식품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에너지 수요가 많은 국가라 경제활동을 재개하면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며 "수요 측면에서도 위축돼있던 소비가 증가하면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먹거리 물가를 최대한 억누르고 있지만, 인위적으로 눌러놓은 상승압력이 한꺼번에 터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가공식품은 10.4% 오르며 14년 만에 최대폭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공공요금도 일단 상반기 동결 기조로 굳혔지만 향후 물가상승의 최대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최대 38.5원, 가스요금도 메가줄(MJ)당 최대 10.4원 남아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철회한 버스요금과 지하철 요금 인상계획도 연내 현실화하면 공공요금 부담은 불어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식품 물가도 지금은 눌러놓고 있지만, 기업이 실적을 내기 위해서 언젠가 가격을 올리면서 용수철처럼 더 뛸 수 있다"며 "공공요금도 복병으로 남아있고, 아직까지 불안요인은 산적하다다"고 설명했다.
soy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