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국립창극단이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을 표방한 '절창' 시리즈 세 편을 연이어 선보인다. 스타 소리꾼 김준수와 유태평양, 이소연과 민은경에 이어 '절창Ⅲ'에서는 이광복과 이날치의 안이호가 전통판소리 수궁가와 심청가를 새롭게 해석한다.
국립창극단 오지원 책임 프로듀서와 이치민 연출가, 이광복 단원, 이날치 안이호는 12일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이번 '절창Ⅲ' 준비과정과 함께 오롯이 소리꾼으로서 무대에 설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임을 언급하며 의지를 다졌다. 이번 '절창' 시리즈는 달오름극장에서 '절창Ⅰ'(4.27~28)과 '절창Ⅱ'(5.2~3), '절창Ⅲ'(5.6~7)으로 각각 2회씩 이어진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창극단 '절창Ⅲ'의 이광복, 안이호 [사진=국립극장] 2023.04.12 jyyang@newspim.com |
◆ '절창' 첫 외부소리꾼 영입…연출 "전통적 인물 주체적으로 재해석"
이날 국립창극단 오지원 프로듀서는 "전통판소리를 새롭게 표현하는 젊은 소리꾼들의 공연이다. 전통 판소리 본질을 그대로 두면서 어떻게 새롭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새로운 형식의 소리를 보여드릴 것"이라며 "소리꾼과 관객들 모두에게 갈증이 있었던 무대. 빠른 속도로 반응이 있었고 소리꾼들도 꿈의 무대라고 꼽을 정도로 절창만의 정체성을 갖게 된 공연"이라고 '절창'을 소개했다.
특히 오 프로듀서는 "전통 소리꾼들은 30, 40대만 해도 20년에서 30년간 소리를 몸 속 깊이 뼛속까지 배운 소리꾼들이다. 그럼에도 막상 전통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무대는 많지 않다. 4-5시간씩 하는 완창은 선생님들이 하시기도 하지만 주로 10-20분 정도로 줄여서 하는 경우가 많다. 깊이있는 소리를 전달할 무대가 필요했다"고 '절창' 시리즈의 계기를 말했다.
이어 "전통 판소리의 의미는 가져가되 편집과 구성, 미쟝센, 연출로 더 세련되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면서 만들었다. 최근 20대, 30대 뮤지컬 연극에서 유입된 분들이 많아지고 객석에서 적극적으로 추임새를 통해 즐기는 관객들도 많아졌다. 소리꾼들은 완창을 하는 것이 꿈이기도 하다. 완창에 이르기까지 소리의 단계를 관객과 같이 밟아나가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창극단 '절창Ⅲ'의 이광복, 이치민 연출가, 안이호 [사진=국립극장] 2023.04.12 jyyang@newspim.com |
지난 시즌 레파토리로 선보였던 '절창Ⅰ'과 '절창Ⅱ'에 이어 새롭게 선보이는 '절창Ⅲ'에서는 이치민 연출가가 이광복 단원과 이날치 안이호와 호흡을 맞춘다. 이 연출은 "수궁가랑 심청가를 엮어서 새롭게 만들어낸 이야기다. 두 판소리 속 인물들은 타인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공통점을 가진 캐릭터들이다.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삶을 선택하는 인물이 되기를 원했고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업 중에 있다"고 이번 공연을 예고했다.
또 이 연출은 "무엇보다 극중 인물들이 남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하기 바랬고 스스로를 위한 첫 번째 주체적인 발걸음을 떼는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주제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정도가 될 것이다. 수궁가의 별주부와 심청이가 자신을 위한 첫 발을 떼는 걸 보면서 관객분들도 내가 지금 딛고 있는 땅이 어딘지, 나아가고 있는 방향성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이광복·안이호 "전통 의미 살리면서도 새로운 시도 향한 첫 걸음"
이날치의 안이호는 국립창극단의 '절창' 시리즈 최초로 단원이 아닌 외부소리꾼으로 영입됐다. 그는 "고맙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같이 하는 이광복씨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었다. 나름 서로 소리하는 것도 많이 봤었다. 사석에선 많이 봤는데 공연을 함께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 대상이 또 광복씨라서 나름대로 의미가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광복과 안이호의 인연은 무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전통예술고등학교(전 국악예술고등학교) 동문 시절부터 시작된다. 이광복은 "극장에서 기획단계에서 외부 소리꾼을 영입한다면 누가 좋겠냐고 생각해봐달라고 하셨고 PD님들도 같이 고민했다. 생각 끝에 이호형과 하면 윈윈할 수 있단 생각을 했고 PD님도 이미 염두에 두고 계셨더라. 다른 분 생각할 것도 없이 안이호씨와 함께 하는 것으로 의견이 일치했다"고 둘이 함께 무대에 서게 된 계기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창극단 '절창Ⅲ'의 이광복, 안이호 [사진=국립극장] 2023.04.12 jyyang@newspim.com |
특히 안이호는 이날치 작업과 함께 꾸준히 해왔던 소리를 언급하며 "기존의 소리의 가치와 의미들이 유효하고 유의미하다는 것을 떠나서 새로운 가치가 또 우리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와야 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다음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다음이 뭔지는 모르지만 변화를 시도하는 지점에 있는 작업이고 여러 가지 면에서 첫 발을 떼는 느낌"라고 이번 '절창Ⅲ'을 설명했다.
이광복 역시 국립창극단 단원이지만 꾸준히 무대에서 소리를 해왔다. 그는 "크고 작은 무대에서, 또 각종 소리축제에서 꾸준히 무대에 섰지만 모두 기억하거나 알지는 못하실 것"이라며 "10분, 15분 정도로 줄여서 하는 경우가 많고 온전히 내 이름을 걸고 큰 타이틀 아래 소리할 수 있는 무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매체를 통해 워낙 국악이 이슈가 되면서 몇몇 친구들 위주로 팬층이 생겨났고 국악과 창극이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층으로 확장됐다. 절창이란 무대 자체가 소리를 계속 해나가야 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무대, 과정이 될 것 같다. 소리꾼 이광복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게 감사한 기회다. 앞으로를 더 사명감을 생긴다. 다만 소리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저도 창극에서, 또 이호형도 이날치가 아닌 온전히 소리꾼으로서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졌음 한다. 저희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후배들 모두 마찬가지다"라고 '절창'에 임하는 자세를 얘기했다.
안이호는 "초반에 기획회의 할 때 연출님이 절창이라는 단어가 가진 다른 뜻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날카롭게 베인 상처였다. 그런 동음이의어의 의미가 좋게 다가왔다. 소리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고 아물어가면서 단단해지는 과정이겠구나 싶다. 사람은 상처가 나고 아물고 보듬고 아문 상처를 끝까지 지켜보면서 성장을 이루게 된다. 여러분도 어떤 상처들이나 혹은 기존에 꽉 붙잡고 있던 가치들이 있다면 같이 보듬어보고 털어내기도 하고 다음으로 갈 수 있는 힘을 얻어가시면 좋겠다. 별주부도 심청이도, 무대 위 저희에게도 한 발자국을 딛는 자리였으면 한다"고 공연에 임하는 각오를 말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