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전국 복지관 102곳 전수조사 실시
조사대상 53%, 정부 지침과 달리 운영돼
근로복지기본법 개정 추진…투명성 강화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고용노동부가 윤석열 정부의 법과 원칙 기조에 따라 노동조합 개혁에 속도를 낸다.
회계 투명화에 이어 이번엔 국민 혈세로 지어진 전국 102개 '근로자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 52.9%(54곳)에서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
고용부는 12일 이같은 내용과 함께 향후 복지관 운영·관리 계획에 대해 밝혔다.
복지관은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라 1992년부터 2014년까지 국비나 지방자치단체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아 세워진 곳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근로자들의 복지 해소를 목적으로 하며, 국비 지원을 받는 복지관 72곳, 자치단체 자체예산으로 운영하는 복지관 30곳 등 총 102곳이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일부 복지관이 근로자 복지와 관련 없는 목적이나 용도로 쓰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용부는 실태 확인에 나선 것이다.
고용부가 전국 복지관 102곳에 대한 사전조사를 거쳐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8일 현장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 가량인 52.9%(54곳)가 정부 지침과 달리 운영되고 있었다.
먼저 국비지원 복지관 72곳 가운데 27곳(한국노총 17곳·민주노총 3곳·직영 및 기타 7곳)은 산별연맹 노조 사무실이 입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관 운영지침에는 건립 취지 및 기본적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무실의 일부를 총연합단체인 노조의 지역대표기구에 한정해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또한 지침상 복지관 내 사무실은 전체 연면적의 15%를 상한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연면적 대비 사무실 비중이 15%를 초과한 복지관은 16곳(한국노총 9곳·민주노총 2곳·직영 및 기타 5곳)이었다. 이들은 초과 면적을 노조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그 중 7곳은 연면적 30%를 넘어섰다.
10곳(한국노총 9곳·직영 및 기타 2곳)은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광고회사나 건설회사 등이 입주하고 있었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경 [사진=뉴스핌 DB] |
아울러 자치단체 자체예산으로 건립된 복지관 30곳 가운데 20곳에서도 운영상 문제가 발견됐다.
산별연맹 등 노조 사무실이 입주된 곳은 15곳으로 나타났다. 운영주체는 한국노총 8곳·민주노총 5곳·직영 및 기타 2곳이었다.
연면적 대비 사무실 비중이 15%를 초과한 곳은 15곳(한국노총 8곳·민주노총 4곳·직영 및 기타 3곳)으로 집계됐다. 그 중 복지관 15곳에서 전체 15%를 사무공간으로 쓰고 있었고, 10곳은 30%를 초과하고 있었다.
고용부는 운영지침을 위반하거나 법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 중인 복지관에 대해서는 해당 자치단체에 시정을 권고하고, 국비지원 복지관은 그 조치결과를 확인할 방침이다.
또 근로복지기본법을 개정해 자치단체가 '일반 근로자의 공공복지 증진'이라는 취지에 맞게 복지관을 운영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국비지원 복지관에 대해서는 자치단체가 매년 운영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고용부가 시정을 명령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자치단체가 제출한 복지관 운영실적 보고서는 주요 내용을 고용부 홈페이지에 공개해 복지관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근로자종합복지관은 일부 노동조합이 아닌 일반 근로자, 특히 근로복지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미조직 노동자와 취약계층 근로자들을 위해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어 "자치단체 역시 근로자종합복지관이 설립 취지에 따라 운영돼 더 많은 근로자들이 근로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2020년 감사원이 서울시 노동자복지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것에서 비롯한다. 당시 복지관 운영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자 감사원은 고용부를 대상으로 전국 복지관 운영실태 점검과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해 1월 전체적인 전수조사 계획을 감사원에 제출했으며, 정권이 바뀐 올해 2월 말이 돼서야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이 언급한 지 약 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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